[호젓한 시간의 만에서] 저자 장석주 / 출판사 민음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우리는 살면서 ‘인간이란 무엇이며,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물음을 재차 던지곤 한다. 단지 실존적인 고민의 시작과 끝에서 먼 세상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을 사유하고 더 나은 하루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출간된 저자 장석주의 ‘호젓한 시간의 만’은 2012년도에 출간됐던 저자의 일상 인문학과 맞닿아 있으면서 ‘사람공부’의 정곡을 짚어준다는 서평이 이어진다.

저자는 40여 년간 오롯이 인문학적 탐구의 여정속에서 저술가로, 시인으로, 출판인으로 매진해 왔다. 이 책은 평생을 읽고 쓰기에 매달린 인간 장석주가 남기는 사유의 종결판이라고 보면 된다. 장서가이자 탐독가로 수많은 책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달려오면서 현대의 새로운 인간 유형에 대한 통찰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고 보면 된다. 

‘편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시대를 ‘부유’하는 현대인을 위한 사람공부에 확실하면서도 핵심적인 내용들만을 담아 인간 내면을 재해석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시대의 물결에 휩쓸려 표류하는 현대인들에게 호젓한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덩달아 선사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나는 일상이 품은 우연과 즐거움을 편애하고, 일상을 구성하는 사물과 공간과 현상의 밋밋함을 파고 들어 그것을 낱낱으로 분해하고 의미를 엿보는 일을 사랑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일상 예찬론자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간의 급류에 휩쓸려 떠밀리는 현실 속에서 혹독한 표류를 경험한 뒤에 다다를 수 있는 ‘시간의 만’처럼 저자는 독자가 지속해야 할 태도를 바로 호젓함이어야 한다고 슬쩍 권유한다.

저자는 책에서 ‘시간의 만'이라는 땅을 딛고 서서 느끼는 ‘고요하고 외롭지만 지독히 사유하는 태도'를 ‘호젓함’이라고 정의했다. 

결국 책에서는 “빠른 속도로 앞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 삶에 익숙해 있는 현대인들이 매일 같이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속도를 늦추고 자신과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책에서 강조하는 인간다움을 정의하기에 앞서 인간의 다양한 정체와 본질에 대해 사유하고 질문하도록 유도해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신비로움을 엿볼 수있도록 이끌어 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바닷가에 흩어진 모래알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른 모습이다. 사회와 역사적 맥락 속에 존재하는 인간 역시 모래알 같이 무수히 다름과 복잡성을 품고 흩어져 있다. 인간은 얼마나 다양하고 소중한 존재인가”라고 전했다.

더불어 인문학이라는 자체는 인간이 먹고 말하고 일하고 자는 사람의 심신을 쪼개고 분석하며 그 정체를 밝혀내는 일이라고 정의하면서 인간의 정체, 본질에 대한 형이상학적의 가느다란 실마리를 붙잡고 그것을 따라가는 것이 인문학이 해야 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속에서 수동적인 행태가 아닌 능동적이며 역동적인 행위의 중심에는 독서가 자리한다고 짚어준다. 인문학은 물론이고 과학과 철학, 문학 등 다양한 책을 접하고 연결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인간을 합리적으로 통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뤄져 27가지 인간의 군상의 유형을 나열한다. '새로운 인간을 만나다'부분에서는 현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등장하는 새로운 인간형을 다룬다.흔하고 익숙한 일상을 새삼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부분을 짚어주기도 한다. 2부에서 다루는 '인간은 무엇일까'부분에서는 현대라는 시점에서 부각되는 인간성에 대해 다룬다. 오랜 시간 인간을 구성해 온 인간적인 특징을 나열하면서 현대 방식으로 정의하는 인간성을 반추해 보기도 한다. '쓰는 인간'을 다루는 3부에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사물과 인간다움으로 집적한 서적을 다룬다. 4부에서는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부분에서는 일상을 고민하고 삶에 집중하기 위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한다. “나는 숙고한다. 어디에선가 와서 어디론가 흘러가는 이 실존과 운명에 대해, 일견 범상해 보이는, 감정이 분출하고 자아가 출현하는 일상 그 자체에 대하여. 하필이면 나는 그 ‘일상’을 숙고한다.” 저자가 말하는 일상 부분을 음미해 보면 보통사람에게 잊히기 쉬운 부분을 도려내어 섬세하게 오려붙이기 해나가는 방식을 통해 인간다움이라는 모티브를 완성해 나가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지반 침하로 무너지는 삶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신의 짖궂음이 초래한 절망과 고독을 넘나드는 시간 속에서 무른 내면의 일상을 단단하게 다지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사람공부를 멈추지 않는 일. 저자가 가장 강조한 인문학적인 완성도가 높은 삶이며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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