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안기부와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 고백으로 ‘도청파문’의 충격이 정치권 전체를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역대 정부의 불법 도·감청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역시 불법 도·감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불법적인 도청행위가 주로 정치사찰을 목적으로 이뤄졌던 만큼 국가기관의 `‘안테나’는 당연히 유력 정치인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최대 관심사는 과연 국정원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파일이 있을까 하는 점. 국정원의 고백에 의하면 YS정부에서 시작됐던 불법 도청은 잠시 주춤했다가 DJ정부들어서도 재개됐으며, 2002년 3월까지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뛰던 2001년엔 당연히 노 대통령에 대한 도청이 이루어졌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각종 파일도 국정원이 확보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아도 노 대통령에 대한 도청은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 보안사 사찰이 문제가 돼서 대통령이 피해자였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불법 도·감청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02년 대선 기간 때였다. 한나라당이 대선 막바지인 2002년 11월28일 27쪽 분량의 ‘국정원 도청자료’라는 문건을 폭로했으며, 이 자료에는 당시 ‘노무현 후보’의 이름이 거론된 대목이 있었다. 이 자료에는 “김원기 고문이 김정길 전 의원에게 `3월10일 박지원 청와대 특보에게 노무현 후보가 본선에서 이인제보다 경쟁력이 좋을 것같다는 분위기가 청와대 내에 조성될 수 있도록 잘 얘기해 놓았음. ‘노무현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좋지 않느냐’ 고 문의한 바 김 전 의원은 동감이라는 반응을 보임”이라고 돼 있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같은 달 30일 부산역 광장 거리유세에서 “도청을 폭로해 노무현을 흔들어 보자는 것인데 노무현이 도청으로 이익을 볼 사람이냐. 나도 도청 당한 사람이다”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또 “왜 노무현을 돕고 있는 김원기나 김정길 같은 사람을 도청했겠느냐”며 “이번 도청이 사실이라면 나는 피해자”라며 도청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적이 있었다. 특히 2002년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대세론’을 업고 달리던 이인제 후보가 박지원 청와대 정책특보 등을 겨냥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청와대 개입 의혹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노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주요 인사들도 도·감청 대상에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란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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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방지 7가지 예방법

국정원이 휴대폰 도·감청 사실을 사실상 시인함에 따라 휴대전화를 도·감청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200m 이내와 도청 대상을 정점으로 120도 범위 내에서는 도·감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암호상태의 통화 도·감청이 아니라 음성을 직접 도·감청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실제로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의 통화를 도·감청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된 통화는 중간에서 전파를 가로채더라도 해독이 어렵지만 암호가 풀린 ‘음성’의 도·감청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도청 대상자의 통화가 전달되는 기지국 주변에 도청장비를 설치해 놓고 암호가 음성으로 해독(decoding)된 뒤 다시 암호화(encoding)하는 사이에 음성 자체를 도·감청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전문가들은 또 암호화된 상태의 도·감청은 어렵지만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채택하고 있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는 코드를 분할해서 암호화시킨 상태에서 상대 전화번호로 전송하는 음성을 전송하기 때문에 이 것을 중간에 붙잡아 해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지난 2003년 팬택앤큐리텔이 도·감청의 가능성을 완전 차단한 ‘비화’ 휴대전화를 시연했을 당시 송문섭 팬택앤큐리텔 사장은 “CDMA방식이 아날로그통신보다 도·감청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퀄컴에서 CDMA도 이론상 도청이 가능하다”고 말했으며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퀄컴의 어윈 제이콥스 회장도 가능성을 인정한 적이 있다. 이처럼 휴대폰 도·감청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은 생활 속 ‘도청 공포’에 떨고 있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도·감청 감지법과 예방법. 첫째, 중요 금융거래시 폰뱅킹 서비스는 가급적 피한다.

긴요하게 통화해야 할 일이 있으면 공중전화를 사용하며 아날로그 회선은 상대적으로 도청이 용이하므로 디지털전화를 사용한다. 둘째, 중요한 대화를 해야 할 경우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통화하면 이동통신 기지국간 연결지점 통과시 품질을 떨어뜨려 도청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셋째, 호텔이나 여관 등에선 카운터나 옆 방에서 쉽게 도청을 할 수 있으므로 전화이용을 가급적 삼간다. 넷째,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끊도록 유도해야 회선 접속을 차단할 수 있다. 다섯째, 전화 단자함 등의 통신 시설은 도청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곳이므로 건물 외부에 달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팩스는 벨이 울리고도 자료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잦으면 도청 여부를 의심해봐야 한다. 일곱째, 이메일이나 메신저 등에서 오가는 인터넷 데이터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P2P(개인대 개인) 파일공유 사이트나 포털사이트 자료실을 찾아가 엿보기 프로그램 차단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받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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