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깜짝 회동 쇼’가 있었지만 북핵 폐기는 고사하고 ‘핵 동결’ 우려가 확산하는 등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국내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한 쇼라는 시각과 트럼프 대통령이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전자는 비핵화 진척과는 무관하며 트럼프의 행보가 미국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김정은 정권에 정당성만 부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후자는 트럼프식 개입 전략이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정권 고사 계획이 핵능력의 고도화를 낳고 만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보다는 낫다고 본다. 남·미·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원(遠)미 반(反)일 친(親)중 외교정책의 값비싼 대가가 어떠한 것인 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국제외교는 도덕과 규범보다 힘과 실력의 논리가 우선한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중국에 줄서기 한 결과 양국으로부터 배척받는 국제미아 신세가 되었다. 명분도 실리도 잃었으며, 동북아 외교 무대에서 그 존재감이 없어졌다.

방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기업 총수 18명을 초청해 미국의 감세와 개혁을 얘기했다. 나아가 “미국에 5만개 일자리를 만들어줬다”고 기업인 이름까지 불러가며 칭찬과 격려를 쏟아내며 감사를 표시했다. 어쩌면 트럼프는 한국의 기업인들이 ‘한강의 기적’의 주역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일구었지만 적폐세력으로 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 모임을 착안했는지도 모른다. 한국 기업인들은 기업에 대한 남다른 대우를 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에 화답이라도 하듯 대미 추가투자 구상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정책을 개정해 반도체·스마트폰·TV 제조에 쓰이는 첨단 필수 소재 세 가지의 대한(對韓) 수출을 규제하고 나섰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일본 기업 자산 압류에 대해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다.

한·일 두 나라가 1965년 국교수립 이후 처음으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 등 갈등은 상존했지만, 정부 차원의 포성을 울린 적은 없었다. 아베의 수출 규제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때리기를 따라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달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극우 보수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도 내포돼 있다.

정치·외교의 마찰을 경제 제재로 갚으려는 아베 정부의 보복은 치졸하며 자유무역 정신에도 어긋난다. 우리 국민들의 반일감정에 불을 지를 수도 있다. 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 등에도 타격을 주지만, 일본 기업들에도 피해가 가는 ‘양패구상(兩敗俱傷)’이다. 한·일 간의 와각지쟁(蝸角之爭)의 결과 중국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을 수 있다.일본이 반도체 분야의 보복에 나설 것이란 예상은 작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줄곧 제기돼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일 강경 외교만 주도했지 경제적 보복 조치에 대해 지난 8개월 동안 수수방관했다. “WTO에 제소하겠다”는 정부의 대응 조치는 최종결론까지 2~3년이 걸려 실효성이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또한 지난 6월 30일 중국 베이징시가 삼성·현대차 등 한국 기업의 옥외 광고판을 철거했다. 시내 중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창안제(長安街) 일대에 설치된 광고판 120여개를 하룻밤 새 뜯어냈다. 한국의 기업이 수십 억 원을 들여 시설 투자를 한 뒤 2025년까지 광고판 운영 계약을 맺었는데 군사 작전하듯 철거했다. 당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 한 호텔에서 한국 기업 총수들에게 “미국에 투자해줘 감사하다”고 한 것과 중국이 2년 전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인의 한국관광을 중단시킨 것과 묘하게 오버랩 된다.

이처럼 미국, 일본, 중국 소위 빅 쓰리 강대국들은 최근 한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우리 기업을 겨냥해 직접 영향력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국 정부가 만만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 정부의 외교 실패에 기인한 바 크다. 중국·러시아·북한은 찰떡 공조를 하고 있는데 반해 현 정부가 전통적인 한-미-일 삼각동맹을 깨고 원미·반일·친중 정책으로 돌아선 혹독한 결과다.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서 북핵 폐기는 진전이 없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시대가 열렸듯이 경제에서도 한국정부는 존재감이 없다. 자국 기업을 보호해야 할 사태에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의 일본, 중국 사태 해결을 위해 문 대통령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에서 미국·일본과의 정치·외교적 타결로 수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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