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정부는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이념적, 갈등 해소를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사회통합위원회의 인선을 발표했다. 과거 정부에서 두 번씩이나 국무총리를 지내고 서울시장을 역임해서 2007년 호남 대망론에 불을 지폈던 고건 씨가 위원장이 됐다. 그 외 관계부처 장관 등 당연직 위원 16명과 민간위원 32명이 포진 했다.

대단하기 이를 데 없는 명망가들의 위원회가 화려한 출범을 알린 것이다. 정치의 본령이 국민의 갈등을 해소하고, 이해를 조정해서 국민통합을 이끄는 역할일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옳은 정치를 갈망하는 터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정치는 오히려 국민통합을 겁내야 하는 지경이 돼버렸다. 증오정치로 분열과 대립을 악화 시켜야만 편 가른 자리가 공고해지는 한국정치 마당이다.

지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는 야당의원들이 이부자리까지 마련해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이런 여야 의원들의 극한 대치로 내년도 예산의 조기 배정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이 나라 정당 정치가 국회를 작동 불능상태로 만들어 놓고는 ‘강행처리’와 ‘물리적 저지’의 정면충돌에 대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가 있다.

국회의 ‘예산전쟁’이 연내 타결을 이루지 못하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나 ‘월세금 소득공제’ 같은 민생법안이 해를 넘기게 된다. 나라 정치가 근본적으로 소통을 못 이루면서 사회통합을 말하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이 정부에 안 드는지 모르겠다. 지난 노무현 정권 때 한나라당이 정권을 공격했던 많은 문제 가운데 큰 항목 하나가 ‘위원회 공화국’이었다.

참여정부 때 각종 위원회 수는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그런 것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많은 위원회가 개혁과 작은 정부 구호 아래 사라지거나 축소됐다. 그런데 없어진 위원회들이 이름만 바뀌거나 축소된 모양으로 새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회통합위원회 역시 대통령 직속으로 분기에 1회 정도 회의를 진행하고 실무단을 꾸린다고 한다.

통합 원칙을 계층 등 경제적 차이에 따른 갈등해소, 이념과 지역갈등의 해소, 세대와 성, 인종에 따른 통합 등 ‘6대 갈등’의 해소로 정했다. 또 시민사회와 공공부문, 중앙과 지방의 소통 활성화에 나서며 사회통합과 관련한 중장기 전략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분명 환영해야 할 일이다. 오늘의 분열과 대립 상태로는 국가 장래가 너무 불안하다.

문제는 사회통합이 강제성이 아니라 자발성에 기초 한다는 점이다. 위원회를 만들고 명망가들이 모여 고민해서 풀어질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인식의 문제며 문화다. 양보와 화해를 모르는 긴 세월동안의 이 땅 정치전쟁 속에 사회 각층은 자신들 이익 내세우고 챙기기에 급급했다. 가진 자들의 욕심이 사회 양극화 현상을 점점 깊어지게 만들어 사회 분열을 심화 시켰다는 지적을 부인 못 한다.

때문에 반드시 사회통합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소통을 모르고 자고새면 분열하는 한국정치에 대한 성찰이 먼저일 것 같다. 사회통합위원회가 명망가들의 통합위원회가 돼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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