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전진’ 등에 업고 신황(新黃) 세력 꿈꾼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지난달 17일 사임했다.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인 지난 3월 4일에 임명된 한 사무총장이 3개월 만에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정치권 해석이 분분하다. 한국당은 한 사무총장이 사임한 지 11일 만에 재선의 박맹우 의원을 선임했다. 한 사무총장의 사임 이유와 더불어 박 사무총장의 선임을 두고 당 내외에서 ‘친박 달래기’와 ‘신황(新黃)’ 세력 구축 등 여러 관측 나온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박맹우 사무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박맹우 사무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취임 이후 정용기·민경욱 등 당내 요직 차지... ‘대세 굳히기’ 돌입

한국당 당헌에 따르면 중앙사무처에 당의 전략·조직·홍보·인사·재정을 총괄하는 사무총장과 이를 보좌하는 전략기획부총장, 조직부총장, 홍보본부장을 두고, 당 대표 직속으로 대변인을 두며 세부업무 범위는 당규로 정한다고 돼 있다. 사무총장은 당의 전반적인 사안을 챙기는 ‘살림꾼’인 셈이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건강상 이유로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다음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당 살림을 비롯해 공천에도 관여하는 사무총장이 물러나면서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한 사무총장의 건강 악화에 따른 병명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 사무총장의 사퇴 이유가 계속되는 구설수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사무총장은 지난 5월 7일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회의 중 사무처 당직자들을 향해 ‘X같은 XX야’, ‘꺼져’ 등의 욕설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한 사무총장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비정상적인 욕설을 했다”며 한 사무총장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한 사무총장은 지난 3일 복도에 있던 기자들에게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한국당은 지난달 28일 한 사무총장이 사임한 지 11일 만에 재선의 박맹우 의원을 임명했다. 당의 살림 등을 책임지는 사무총장 자리를 오래 비워 놨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그만큼 황 대표가 사무총장 선임에 고심했다는 평이다. 한국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맹우 의원은 3선 울산광역시장 출신으로 풍부한 행정 경험을 쌓아 왔고, 재선 의원으로 당원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비상대책위원회 시기에 사무총장직을 맡아 당무를 총지휘하며 당을 안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박 사무총장 임명 이유를 밝혔다.

울산시장·사무총장 3선 PK 견제·당 관리형

박 사무총장은 한국당이 밝혔듯이 3선 울산광역시장 출신으로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평이다. 또한 박 사무총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울산·경남에서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잔뼈가 굵었다. 박 사무총장 임명으로 당내 PK 지역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군다나 다음 총선에서 PK 지역 사수를 위해 ‘동남권 신공항’ 사업 등 승부수를 던져 ‘PK 달래기’에 들어간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황 대표 체제까지 포함해 3선의 사무총장이다. 지난 2016년 이정현 당대표 시절과 대선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일 때 당의 살림을 도맡았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사무총장 자리에 당의 3선 중진의원을 앉힐 계획이라고 내다봤다.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 역시 3선의 이진복, 이명수 의원 등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이진복 의원이었다. 황 대표는 지난 2월 27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후 이 의원을 당 상임특보단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 창당에 동참했다 복당한 이 의원에 대해 일부 친박계가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가 충남 아산으로 계파색이 옅어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공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 이명수 의원 역시 하마평에만 올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친박계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친박 임명, 지지율 하락과 탈당 달래기?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장외투쟁을 하며 국회 등원을 거부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교섭단체는 협상이 계속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일 안 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졌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국회 마비의 원인을 한국당에 돌리며 황 대표 취임 이후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던 한국당의 지지율은 최근 20%대로 내려앉았다.

게다가 지난달 15일 홍문종 한국당 의원이 탈당을 공식 선언하고 이후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와 우리공화당 창당을 선언했다. 홍 의원은 “제가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고 많은 분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40~50명 정도 움직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친박인 한 사무총장이 사퇴하고 황 대표가 같은 친박계로 분류되는 박 사무총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지지율 하락과 홍 의원의 탈당 등 당 안팎에서 불거지는 잡음에 불안을 느껴 당내 친박계 의원들 달래기에 나섰다는 평이다.

특히 이번 박 사무총장 임명에 그가 소속된 친박계 초재선 모임인 ‘통합과 전진’이 ‘친황계 신주류’로 떠올랐다는 해석이 있다. ‘통합과 전진’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대패한 이후 당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같은 해 8월 결성됐다.

창립 멤버로는 김기선·윤영석·박대출·김도읍·정용기·이완영·박맹우 의원(재선)과 민경욱·송희경·엄용수·강석진·이은권 의원(초선) 등이며 이후 송언석·김정재·백승주·추경호·이만희 의원 등이 합류해 세력을 키웠다.

사무총장 자리와 더불어 ‘통합과 전진’ 멤버들은 정용기 정책위의장,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민경욱 대변인, 이만희·김정재 원내대변인, 송희경 중앙여성위원장 등 당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통합과 전진’ 멤버 중 한 명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박맹우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잘된 인사”라고 강조했다.

‘통합과 전진’은 홍 의원의 탈당과 우리공화당 창당을 비판하며 당내 잡음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달 17일 성명서를 내고 “홍문종 의원에게 큰 유감을 표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보수 우파 통합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50명의 의원들이 한국당을 집단 탈당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발언을 내뱉으며 당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홍 의원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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