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이 제일 먼저 공천룰을 확정했다. 자유한국당도 공천룰을 가급적 서둘러 발표하기로 했다, 여야가 서둘러 공천 제도를 확정·발표하는 이유는 선거 결과까지 뒤집을 수 있는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미 여야 모두 공천 후유증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공천은 한 사람이 받는 것이고 복수의 탈락자가 생긴다. 특히 역대 총선에서 공천 물갈이는 최대의 화두였다. 친박·친이 대학살, 천신정 발 동교동계 2선 후퇴론에 가장 비근한 예가 지난 총선에서 호남 중진 물갈이론으로 국민의당이 탄생했다.

공천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본선 가서 떨어지면 억울하지는 않다. 예선 탈락은 악몽이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최소한 1년을 생고생해도 관운이 없으면 못 다는 게 금배지다. 당연히 현역 의원들은 금배지를 최대한 사수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중앙당은 총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공천칼날을 휘둘러야 한다. 새 피를 수혈하고 당을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지지층이 환호하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당은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명확하다.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친박계는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상징적인 비박계 몇 명과 친박계 상당수를 공천 탈락시키면 40여 명 이상 공천 물갈이 대상이 된다. 현역 의원이 111명이니 36%가 물갈이 대상이다. 불출마, 재판 등을 합치면 40% 이상 현역이 바뀔 수 있다.

관건은 집권여당이다. 민주당은 공천제도 확정에 현역은 엄격하게 신입은 관대하게를 대원칙으로 삼았다. 그런데 당은 전략공천은 없다며 현역은 기본적으로 경선을 치르게 했다. 정치 신인이 과거 등용될 때를 보면 전략공천이 흔했다. 대신 중진 의원들이 대거 2선으로 후퇴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현역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25%에 포함되는 32명에 대해 페널티를 주고 정치 신인에게 가점제를 책정해 정치 신인이 유리한 것처럼 포장했다. 그런데 환호하는 쪽은 현역이고 실망하는 쪽은 정치 신인이다. 당이 정한 대원칙에 반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경선은 인지도와 조직에 앞선 현역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거물급 정치 신인이나 스타급이 아니면 현역 의원을 이길 공산이 낮다. 정치 신인이 경선에서 가점을 받는다고 해도 득표율의 20%로 현역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결국 공천 심사과정에서 현역을 떨어뜨리는 것이 그나마 살 길이다. 민주당 공천과정은 2단계다. 일단 모든 후보자는 공천 심사를 통과해야 되고 두 번째는 경선을 해야 한다.

공천심사 배점 기준을 보면 당 정체성 15%, 기여도 10%, 의정활동능력 15%, 도덕성 40%, 당선가능성 10%로 총 90점에 면접 점수가 10%. 정치 신인이 공천심사에서 우세한 항목은 단연 도덕성이다.

반면 현역은 당선 가능성과 의정활동 능력이다. 당 정체성과 기여도는 정성평가라 누가 우위에 있다고 평하기 어렵다.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현역이 현역 경선원칙을 들어 반발할 수 있다. 그러나 공천심사과정에서 떨어진 현역은 예외다. 거꾸로 공천심사에서 현역이 단 한 명도 탈락하지 않고 전원경선이 오히려 큰 문제다.

그렇다면 도덕성과 당 정체성 기여도에서 우위를 점하면 현역을 공천 심사과정에서 탈락시키고 정치 신인들간 경선을 노려 볼 만하다. 정치 신인에게 현역과 경선이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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