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면 적을 기만하는 행위는 언제나 있어 온 일이다. 기만전술이 정공법은 아니지만 적을 기만하는 행위가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면 누구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전술인 것이다.

성동격서(聲東擊西). 손자병법의 제6계다.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으로, 동쪽을 쳐들어가는 듯 적을 교란시키고 실제로는 서쪽을 공격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역사상 이러한 전술로 전쟁에서 승리한 예는 차고도 넘친다.

이렇게 전쟁에서 활용된 전략전술이 실제 우리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예도 적지 않다. 특히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민주주의 시대의 선거전에서 이러한 전략전술을 적재적소적기(適材適所適期)에 활용할 수 있다면, 아무리 불리한 정세라고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목표는 누가 뭐래도 단독과반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위해 협치도 포기하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필자에게는 더불어민주당이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현 상황이 여의치 않게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단순한 산식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그들의 선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얻었던 의석에 28석을 더해야 한다. 호남에서 당시 국민의당에게 잃어버렸던 23석을 되찾고 비례대표 선거에서 당시 제1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얻었던 17석을 확보해도 150석에 불과하여 과반수를 넘기지 못한다. 그들의 목표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수도권과 충청권, 영남권에서 지난 총선만큼의 성적을 거두어야 하는데 이 또한 지난(至難)한 일임에 틀림없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공직선거법이 그대로 개정된다면 더불어민주당의 과반수 확보는 물 건너간다. 그들이 절대로 공직선거법 개정에 올인하지 않는 이유이다.

민주평화당의 21대 총선전략은 확실하게 호남자민련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 같다. ‘인재영입이니, ‘전국정당이니 하는 것들은 그들에게 사치다. 비례대표 선거를 포기할 각오도 충분히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호남 구태들이라고 낙인 찍힌 지 오래된 인물들이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원망(怨望), 문재인 대표의 무책임에 대한 실망, 안철수에 대한 기대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국민의당 돌풍을 만들어냈지만, 지금은 그것을 기대하기도 어렵거니와 호남민심도 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다.

이제 그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던지는 것 밖에 없다. 그들이 정치하는 것이 어떠한 진정성의 발로인지를 유권자에게 확실하게 어필해야 한다. 정동영 대표는 19대 보궐선거에서 관악을 선거구에 도전한 적이 있다. 천정배 전대표는 서울시장선거 당내경선에 출마한 적이 있으며, 동작을 선거구 출마를 고려한 적도 있다. 박지원 전대표만큼 인지도를 가진 현역 정치인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그의 페북정치는 트럼프의 트윗정치 이상의 뉴스거리를 낳는다. 호남유권자가 많은 관악갑 선거구는 그에게 최적의 선거구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오면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이들 지역도 그들에게는 잃어버린 고토인데 영원히 고토회복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순히 제1당에 만족할 것인지, 협치와 연대를 통해 안정적인 정권운영을 할 것인지 그 선택은 민주평화당 3인방에게 달려 있고, 그들의 생존은 그들의 결단에 달려 있다. <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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