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혁신학교 중 74%가 초등학교…고교는 15개교 뿐
조희연 2기에 중학교 단계 확산 목표…내실화·ICT 전략
일각에선 교육당국 적극적 역할 주문…성과 중심 알려야

[일요서울ㅣ이완기 기자] 혁신학교가 도입된 지 약 10년이 됐지만 대부분 초등학교 단계에서만 머물러 있어 입시 위주 교육의 대안으로 등장한 혁신교육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올해 혁신학교 공모 결과에 따르면 6개 초등학교 2개 중학교가 신규 지정됐다. 고등학교는 신청교도, 지정교도 없다.

입시위주 공교육을 개선하고 학생 중심 수업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혁신학교는 2009년 경기도에서 시작한 이후 이듬해인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서울에는 이번에 지정된 8개교를 포함해 221개 혁신학교가 운영된다. 

그러나 학교급별로 구분하면 초등학교에 편중된 상태다. 서울의 221개 혁신학교 중 초등학교는 74%인 164개교다. 중학교는 42개교, 고등학교는 15개교만이 혁신학교로 운영 중이다. 

혁신학교는 ▲민주적 학교운영 ▲수업·평가 혁신 ▲교사 역량 개발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혁신학교의 학교문화를 일반학교로 일반화하는 것이 혁신학교의 궁극적 목표이지만 현재는 초등학교 단계에만 머물러 있는 셈이다. 

혁신학교가 초등학교 윗 단계로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학력 문제가 꼽힌다. 학부모들은 혁신학교가 발표·프로젝트 중심 수업을 지향하다보니 성적관리에 불리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해 송파구 헬리오시티에서는 신규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을 놓고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과 갈등이 발생했다. 올해는 강남구 개일초, 대곡초, 광진구 양진초 등이 혁신학교 신청을 추진했다가 학부모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학생의 생각이나 수업과정의 성과보다는 수시전형에서 내신점수, 정시전형에서 수능점수 등 계량화 된 수치가 당락을 가른다. 학부모들의 불안은 여기서부터 나온다.

입시환경이 달라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교육청 역시 혁신교육의 확산에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혁신교육을 하다가 아이 망치면 책임지겠냐는 이야기로 귀결되버린다"며 "(혁신교육에 있어)고등학교가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단 서울에서는 중학교 단계로 혁신교육을 확산할 계획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달 27일 2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3년간 혁신교육을 중학교 단계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략은 내실화와 첨단기술 활용이다. 혁신학교별로도 차이가 나는 혁신교육 문화를 취지에 맞게 다지고, 첨단기기를 수업과 결합해 수업·평가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교육당국의 역할이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혁신학교 정책 개발에 참여했던 신안산대 이성대 교수는 "학부모들이 열망하는 수도권의 입시를 보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위주로 선발을 하고 이는 혁신학교의 교육이념과 일치한다"며 "수능의 비중이 30%에 그치기 때문에 입시 문제로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혁신학교를 통해 대학에 진학한 통계 등 혁신학교의 성과에도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교육당국이 혁신학교 도입과 안착에만 집중하다보니 이런 부분이 미흡했다"며 "입시결과 등 성과 중심으로 학부모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오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전경원 소장도 "교육당국에서 학부모의 반발을 우려해 혁신학교의 성과를 적극 알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교육당국이 자신감을 갖고 좀 더 적극적으로 혁신학교를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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