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핵심 폭로자였던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선임됐다. MB 정권 내부고발자이자 공익제보자로 문재인 정부에서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행안부 고위공직자들은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장 보좌관이 조직내 비밀이 유지돼야 하는 사안을 문 정부에서 재차 폭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또한 정책 보좌관이라는 자리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 장관과 소통 가늠자가 되는데 진영 장관과 이렇다 할 인연도 없어 장 보좌관을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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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급에서 3급으로 승진, 청와대가 감시자로 보냈나? 전전긍긍
- 진영 장관 측 문고리 권력 싫어해...” 측근 기용 ‘NO’ 후유증

통상 장관은 부처별 차이가 있지만 2~3급 상당의 인원 두세 명을 정책 보좌관으로 부릴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신설된 장관 정책보좌관은 실세 장관이냐 아니냐에 따라 위상과 역할이 달랐다.

통상 장관 정책보좌관 자리는 국회의원이 입각할 경우 의원실 보좌관중 한명이 임명되고 또 다른 한명은 청와대에서 임명한 사람이 근무를 한다. 아무래도 장관 정책보좌관인 만큼 장관의 의중과 뜻을 잘 아는 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청와대 입장에서도 장관과 대면하기 쉽지 않은 만큼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보좌관을 통해 정부의 정책 목표와 부처가 어긋나지 않도록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이 만들어질 당시 취지는 장관의 국정 업무를 돕고 공직사회 개혁을 보좌한다고 돼 있다. 국회와 여야 의원과 소통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평균 연봉은 9천만원 수준이고 참여정부 이후 정책보좌관 자리는 주로 대선캠프, 코드인사, 집권여당 출신들이 가는 보은성 자리였다.

장관·정책보좌관 둘 다 에서내려보낸 인사로 채워져

수많은 사람이 거쳐갔지만 정치권에서 주로 가다 보니 전리품 나눠 먹는 자리로 전락했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받는다. 반면 실제 장관들의 정책보좌관은 승승장구했다. 대표적인 인사가 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기동민 의원이다. 각각 김진표 부총리와 김근태 복지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 역시 김장수 국방장관의 정책보좌관을 거쳤다. 올해 초 임명된 김연철 통일부장관도 정동영 장관의 정책보좌관 출신으로 장관직에 올라 화제가 됐다. 이런 자리에 장진수 전 주무관이 진영 장관의 정책보좌관에 임명돼 정치권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

6급에서 3급으로 고속 승진한 것은 차치하고 진영 행안부 장관과 친분이 거의 없다시피 한 장 보좌관이기 때문이다. 이미 진영 장관이 입각과 동시에 들어온 한 명의 정책보좌관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일하던 인사로 채웠다.

이에 대해 진영 의원실에서는 장관의 뜻이라고 밝힐 뿐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영 장관을 잘 아는 한 지인은 진영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봐와서 문고리 권력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의원실 보좌관을 한 명도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해 줬다.

실제로 지금은 민주당 소속 의원이지만 진 장관은 원조 친박으로 불렸던 친박계 인사다. 진영 장관은 법조인 출신 4선 정치인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4~200510개월간 대표 비서실장도 역임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이호성, 이재만, 정호성)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2013년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연계해 지급하는 계획에 반대하며 장관직에서 사퇴하기 전 진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면담을 신청했지만 문고리 권력이 가로막아 무산돼 나가게 됐다는 게 정설이다. 박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진 장관은 2016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공천에서 탈락했고 바로 탈당을 선언했다.

또한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 현 민주당으로 입당하는 계기가 됐다. 결국 자신의 측근들이 장관실의 문고리 권력화되는 것을 우려해 정책 보좌관으로 데려가지 않았다는 게 지인들의 해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관과 직접 대면해 일을 해야 하는 행안부 고위 공무원단은 장 정책보좌관의 등장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장 보좌관이 공익 제보자로 인정을 받아 현 정권에서 공직에 복귀시켰지만 공조직 입장에서는 부자연스러운 인사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장 보좌관은 ‘MB 정부 민간인 사찰공익제보자이자 폭로자다. 장 보좌관의 폭로는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블로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쥐코동영상을 올렸다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방위 불법사찰을 받은 끝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데서 비롯됐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일하던 장 보좌관은 2010청와대 측 인사 지시로 불법사찰 내용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인멸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자신의 입을 막기 위해 윗선이 입박음용 돈을 주려고 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 폭로는 검찰이 2008년 처음 불거졌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재수사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재수사에도 몸통으로 지목받은 청와대의 개입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장 보좌관은 결국 201311월 대법원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 증거를 없앤 혐의(증거인멸 등)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면서 파면됐다. 당시 6급 주무관 신분이었다.

적폐청산을 국정우선 과제로 삼은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장 보좌관의 공익제보는 적폐청산의 공신으로 평가해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한 셈이다. 그러나 행안부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부처 내 민감한 사안까지 정책 보좌관과 상의해야 하는데 자칫 공익제보를 빌미로 폭로가 이어지지 않을 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장 보좌관이 임명된 직후 행안부 고위인사들로부터 감시하러 온 것 아니냐며 그 임명 배경이 무엇인지 여당 의원실에 문의 전화가 적잖이 왔다는 후문이다. 또한 정책보좌관은 앞서 언급했듯이 장관과 얼마나 신뢰가 깊은지에 따라 공무원들의 대우가 달라지는 장 보좌관의 경우 진 장관과 인연이 없다시피 해 부처 내 왕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직 정책보좌관, “왕따 당하지 않으면 다행

한 전직 장관 정책보좌관은 장관 정책보좌관은 장관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인사가 공무원들 입장에서도 일하기 편할 수밖에 없다수많은 보고서와 쏟아지는 업무를 일일이 체크할 수 없는 장관 입장에서 중간의 공무원과 일의 경중을 가려 보고해야 하는데 장 보좌관이나 청와대에 온 보좌관이 이를 수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 인사는 정책보좌관이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야 의원이나 보좌관을 만나 입법도 조율해야 하는데 장 보좌관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치권 경력이 입법보조원을 한 게 전부인데 부처 내 왕따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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