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에 신당 ‘군불’ DJ 서거일에 불붙인다!

[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의 통합신당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간 내홍 끝에 주대환 혁신위 구성으로 분당설이 수면 아래로 잦아드는 듯 했다. 그러나 민주평화당에서 정동영 대표를 위시한 당권파와 박지원·천정배 비당권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오는 815일 광복절 전후로 3지대 신당 창당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 역시 공천지분을 전제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도 이 시기에 맞물려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818일이 DJ 서거 10주기로 신당 창당에 DJ 정신을 담는 등 호남을 신당의 확실한 지역 기반으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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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당권파 박지원·천정배-국민의당 호남 계열 제3지대 창당
- 바른정당 계열 8명 공천지분 내세워 한국당행?분당 초읽기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를 받던 바른미래당이 주대환 혁신위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미봉책이지만 호남계 국민의당 계열과 바른정당 계열 간 결별을 위한 시간은 번 셈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주대환 혁신위가 오히려 분당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바른정당 발 정계개편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사이 민주평화당 내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내홍이 깊어지면서 평화당 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평화당의 당권파와 비당권파 갈등의 시작은 4.3재보궐 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고 노회찬 의원 지역구에 당선되면서 6석의 정의당과 14석의 평화당 간 원내교섭단체 재구성을 두고 벌어졌다.

자강론정동영 당권파 통합론박지원 비당권파 맞짱

당시 정동영 대표는 정의당과 교섭단체 구성에 찬성했다. 하지만 유성엽 원내대표, 장병완 전 원내대표, 박지원 의원, 최경환 최고위원 등 비당권파는 바른미래당 호남계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위해선 정의당과 교섭단체 구성은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비당권파의 반발로 정의당과 교섭단체 구성이 물 건너가면서 당권파는 뜻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당권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정 대표는 박주현 대변인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전격 임명했다. 당시 최경환 최고위원과 유성엽 원내대표 등 비당권파는 정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전북 출신 일색인 만큼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전남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허사였다. 이로써 평화당 최고위원 8명 중 5(허영, 민영삼, 양미강, 서진희, 박주현)이 당권파가 됐다.

정 대표의 기습작전에 비당권파 최경환 최고위원과 유성엽 원내대표는 최고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당권파의 독주는 계속됐다. 정 대표는 지난 626일 최고위원.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박지원 의원의 으로 불리는 김정현 대변인을 비롯해 김형구 수석부대변인 등 동교동계와 정대철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전격 해임시켰다.

정 대표는 박주현 수석대변인, 홍성문·문정선 대변인을 유임시키고 빈자리에는 김재두 경기 부천 오정구 지역위원장, 유영욱 용인갑 지역위원장, 이승한 관악갑 지역위원장 등을 임명했다. 당권파는 정 대표가 대변인단에 무리하게 자기사람을 심었다고 반발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의 배경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다. ‘자강론을 내세우는 당권파는 우선 평화당을 중심으로 세력을 모으자는 입장인 반면 통합파인 비당권파는 바른미래당 호남 계열과 제3지대에서 뭉쳐야 총선에서 그나마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속내는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 확보와 지분 챙기기위한 권력게임 성격이 강하다.

수세에 몰린 반당권파에서는 3지대 창당을 내세워 집단탈당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당권파를 압박했다. 지난 618일에는 비당권파 비공개 의원 간담회가 열렸다. 회동한 인사들을 보면 유성엽 원내대표, 최경환 최고위원, 장정석 원내대변인, 김종회·박지원·이용주·장병완·천정배·정인화·윤영일 의원이 참석했다. 김경진 의원은 불참했지만 비당권파와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당 상황을 논의한 뒤 환골탈태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정 대표에게 천 의원이 이런 뜻을 전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대표가 박지원 의원과 가까운 김정현 대변인을 해임시키면서 비당권파의 불만이 더 고조됐다. 급기야 72일에는 비당권파 진영에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두고 정 대표와 담판에 들어갔지만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당내 시각이다.

이에 비당권파에서는 제3지대 신당창당의 필요성과 탈당 시기 관련 일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신당 창당 시점을 815일로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815일은 광복절이기도 하지만 3/4분기 국고보조금이 나오는 날이다. 통상 국고 보조금은 2·5·8·1115일에 지급된다.

815D-day,‘총알있어야 총선도 치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많은 돈이 소요되는 만큼 조기 신당 창당을 해 국고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신당 창당일을 815일로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8월 국고보조금 지급 시기에 맞추려면 늦어도 8월 초까지는 중앙당 창당이 이뤄 져야한다. 이 경우 총선전까지 3번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선거가 있는 해는 선거보조금이 더해져 두 배로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515일 지급한 각당 국고보조금을 보면 민주당(128)341천여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당(111) 345백여만원, 바른미래당(28) 246천여만원, 정의당(6)68천여만원, 민주평화당(14) 64천여만원이다. 분기마다 정당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은 원내 20석 이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 50%를 먼저 균등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에는 총액 5%씩을 나눠서 지급하게 된다.

비당권파 11명의 의원과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계열 8명을 제외한 호남 계열과 신당 창당을 할 경우 최소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만들 수 있어 국고보조금도 상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민주평화당에서 815일을 신당창당일 마지노선으로 잡는 또 다른 이유는 818일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 서거 10주기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DJ 정신을 신당 창당에 담아 호남을 신당의 지역기반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비당권파를 대표하는 DJ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의원과 DJ 마지막 비서관으로 유명한 최경환 의원이 추모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목포와 하의도에서는 DJ 평화캠프 및 평화콘서트를 6월초에 개최했다, 최경환 의원이 상임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2019 김대중 평화 캠프조직위원회가 주관했고 전남도와 신안군, 목포시가 후원했다.

또한 민주평화당에서는 618일부터 79일까지 김대중 정치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는데 마지막 강의는 박지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이 맡았다. 한편 박 의원은 고 이희호 여사 장례식장에서 정치적 상주 역할을 자처하면서 DJ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신당 창당과 DJ 서거 10주기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호남 민심에는 적잖은 영향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민주평화당 발 정계개편의 대상자인 바른미래당의 혁신위 활동 시한이 공교롭게도 815일로 돼 있어 호남 발 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대환 혁신위가 사실상 한 달 반 동안에 혁신을 하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기존 민주당과 한국당 혁신위원장이 당대표급 대우를 받았다면 주 위원장의 경우 손학규 대표가 직을 유지하고 있어 권한과 위상이 애매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주 위원장이 혁신위원을 40대 이하 원외인사 중심으로 꾸렸다는 점에서 주목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명단을 보면 구혁모(1984) 현 화성시의원 권성주(1979) 현 부산수영구 당협위원장 김소연(1981) 현 대전시의회 의원 김지나(1983) 현 경기도의회 의원 김한솔(1988) 바른정책연구소 자문위원 이기인(1984) 현 성남시의회 의원 장지훈(1990) 전 부대변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4:4 위원 추천 합의에 따라 권성주, 이기인 위원은 유승민계가, 구혁모, 장지훈 위원은 안철수계가 추천한 인물로 알려졌다. 주대환 위원장의 추천으로 혁신위에 합류한 김한솔, 김지나 위원은 바른정당 출신이다. 사실상 정파별로 혁신위원을 배분해 난상토론만 이뤄지고 혁신위가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물을 만들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최대 변수 주대환 혁신위 역할 당 깰 수 있나 촉각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내 혁신위 출범은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호남 중진의원들 간의 합의 이혼을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국민의당 계열의 당 관계자는 주 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결국 결별 초읽기에 들어간 바른미래당의 분당 시기를 약간 뒤로 미룬 것이지 결국 당을 깨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럴 경우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열의 행보도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승민 의원을 제외하고 이혜훈, 오신환, 유의동, 이혜훈, 정병국, 지상욱, 하태경 의원의 경우 한국당행이 점쳐지고 있다.

유 의원의 경우 한국당내 친박계 인사들이 건재하고 반유승민 정서가 여전해 복당을 하더라도 가장 늦게 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당에서는 7명의 바른정당 계열 인사들이 올 경우 공천 보장뿐만 아니라 당내 지분을 어느 정도 요구할지가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한편 바른미래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안철수계의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의당을 창당하는 데 일조한 안 전 대표는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이다. 그동안 당내 안철수계는 유승민계와 함께 손학규 대표 흔들기에 공조를 했다. 이 당시만 해도 안 전 대표와 안철수계가 한국당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혁신위 구성을 두고 안철계는 유승민계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안 전 대표의 최측근인 이태규 의원을 비롯해 김수민, 김삼화, 이동섭, 신용현, 김중로 의원은 5월 말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손학규 사퇴 관련 우리는 지도부 사퇴 공방을 중지하고 전권혁신위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손 대표를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손 대표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혁신위를 구성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간 공조에 이상기류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결국 민주평화당 비당권파와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열과 제3지대 신당창당은 바른미래당 혁신위 결과물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민주평화당 비당권파와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이 혁신위 방향과 내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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