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 안 해놓고 돈 받아가는 간부들

군인. [뉴시스]
군인.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KBS는 서울 서초구 주민센터 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 부당 수급 의혹을 보도했다. 공무원들이 퇴근 후인 밤 9시에 술을 마시고 주민센터로 돌아와 초과 근무를 확인하는 지문을 찍고 갔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잘못된 것은 바뀌어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서초구 공무원들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부당 수급 사건은 군부대에서도 일어났다. 최근 YTN은 전라북도 임실군에 있는 한 군부대에서 간부가 당직 근무를 하는 병사에게 전화해 퇴근 시간 조작을 부탁한 초과근무수당 부당 수급 사례를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한 부대만의 일탈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로 직접적으로 목격하고 지시를 따랐던 전역 병사들의 증언이다.

전역 병사들 갑질이 매뉴얼처럼 여겨지는 구조

돈은 선임 간부버튼은 병사일은 초임 간부

최근 YTN은 전라북도 임실군에 있는 한 육군 부대에서 지난해 6월 전입한 이모 중위가 퇴근하고도 초과 근무를 한 것처럼 일지를 허위로 작성해 수당을 챙겼다고 보도했다.

퇴근 후 당직 근무를 담당하는 병사에게 전화해 근무 종료 시각을 대신 입력해 달라고 시켰다는 것이다. 후임 간부마저 초과 수당 빼돌리기에 동참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위는 한 부대만의 일탈, 최근에 발생한 사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기자에게 들려왔다. 전역 병사들은 초과근무수당은 말 그대로 근무 시간을 초과해 돈을 받는 게 아니라 간부들의 기본급처럼 여겨진다고 입을 모았다.

막내 병사

간부 정보다 외워

국방부가 일요서울에 밝힌 자료에 따르면 초과근무수당 입력 방식은 국방부 내부망에 있는 초과근무관리체계(전산화 프로그램)개인 군번개인이 설정한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해 로그인 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초과근무 시작과 종료를 입력할 수 있다.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의거, 규정된 근무시간 외에 근무한 대위 이하 장교부사관’, ‘5급 이하 군무원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군은 밝혔다.

각 군의 제수당 지급 지시에는 시간외 근무 지급대상, 인정범위, 신청절차, 명령권자 및 초과근무수당 관리 강화 대책 등 초과근무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돼 있다.

지급 절차를 살펴보면 초과근무 신청(개인)’초과근무 승인(승인권자)’초과근무 실시(개인)’초과근무 확인(당직근무자)’인사재정부서 확인국군재정관리단 확인지급순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전역 병사들은 한 목소리로 체계적인 것을 못 느끼겠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한 육군 부대 행정병으로 근무했던 A씨는 선임병이 (간부 초과근무수당 절차를) 후임병에게 매뉴얼처럼 가르친다. 또 막내 병사가 일명 처부(작전과, 정보과 등 부대 내 행정 기관) 간부들의 모든 군번과 비밀번호를 외워야 한다. 간부 대신 초과근무 시작종료 버튼을 눌러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외우지 못하면 수첩에 적어야 하는데 외운 뒤 바로 찢어 버리라고 지시한다. 위법 행위라서 그렇다. 막내가 이것을 외우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다른 처부 간부들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간다. 심지어 병사들을 직접 관리하고 지휘하는 소대장, 중대장 등도 사실을 알면서 묵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부대에서만 일어나는 사례가 아닐 것이다. 새로 전입 온 부사관장교들의 군번과 비밀번호도 평소 하던 대로 익힌 뒤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하면 당연한 듯 보고 지나간다면서 심지어 (전입)오자마자 부당 수급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며 병사를 혼내는 간부도 있었다. 정말 많은 부대에서 아무렇지 않게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대에서 근무했던 B씨는 병사들 막사에는 감시용으로 CCTV를 달아 놓고 각 처부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는다. 사실상 누가 군번과 비밀번호를 입력했는지, 초과근무수당 시작종료 버튼을 눌렀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시작 버튼은 가끔 간부가 누르기도 하지만 종료는 대부분 병사들이 누른다면서 청소 시간 또는 점호가 끝난 시간 등 잠시 짬을 내서 처부로 달려가 종료 버튼을 누른다. 이런 이유로 막사를 이탈해 당직 간부에게 잡히더라도 상황을 설명하면 쉽게(?) 수긍하고 보내준다. 이 시간에 과연 간부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숙소에 있거나 부대 밖에 나가서 술을 먹고 있다. 당일 전화가 오거나 다음 날 얘기를 들어보면 다 안다. 초과근무수당은 간부들의 기본급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찌 보면 업무도 아니고 사적인 영역임에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심하게 혼내거나 징계를 준다며 겁을 주기도 한다. 육군대장 공관병 갑질 사건 내용처럼 갑질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초과근무 절차

이대로 괜찮은가

강원도 양양에 근무했던 C씨도 지휘통제실에서 당직병으로 근무했던 때, 간부들의 군 내부 전산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일괄적으로 관리했다. 매일 오전 7시경 부사관(상사)들에게 초과근무를 찍어 놓으라고 연락이 왔다. 해당 간부들은 그 시각 군단 내 사우나에서 목욕을 즐겼다. 하루 안 찍어놓으니 폭언 욕설을 하며 똑바로 하라고 했다면서 퇴근 후에도 초과근무 수당을 찍으라고 지시했다. 일반적으로 매일 오후 9시경까지 찍어야 했다. 부대 내에서 이 같은 행위를 하지 않는 간부는 초임 소대장(소위)나 하사 등 일명 이 안 되는 사람에 한정됐다. 그러나 실제로 야근을 한 것은 이들이다. 선임 간부들은 후임에게 일을 모두 맡겨놓고 초과근무 수당은 한 달 치를 꽉 채워 받아간다고 말했다.

심지어 출근 시간 전에 일찍 와서 일을 안 하고 자다가 추가 수당을 더 받아가는 간부도 있다고 경기도 포천에 근무했던 전역 병사는 귀띔했다.

이러한 사례는 물론 더 한 일들도 유명 포털사이트 검색만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정상적으로 초과근무를 했던 간부들이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역 병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방부가 밝힌 지급 절차에서의 초과근무 승인(승인권자)’, ‘초과근무 확인(당직근무자)’은 실효성이 없는 절차라는 것이다. 군은 철저한 계급구조이기 때문에 상사가 부탁을 하면 부하 당직근무자가 어쩔 수 없이 들어주고, 상사인 승인권자와의 원만한 관계만 유지하면 암묵적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초과근무 신청(개인)’, ‘초과근무 실시(개인)’도 결국 간부 개인이 아닌 병사가 하는 경우가 많아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러 내용과 관련해 국방부는 일요서울에 각 군에서는 분기 1회 자체 점검을 실시해 부정수급자를 식별 후 조치하고 있다. 육군의 경우 (최근) 부당수급 사례가 나타나, 전수조사를 실시해 환수경고징계 등의 조치를 했다면서 “(최근) 시간외 근무수당 부당 수급 관련 실태 점검, 보완대책 강구, 부당 수급 방지 교육 등 지시 및 강조사항을 각 군에 하달해 문제점을 보완토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에서는 차후 시간외 근무수당 관련 부당 수급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급실태 정기적 점검’, ‘부당수급자 규정에 의한 조치’, ‘부당수급 예방대책 추진’, ‘부당 수령 시 시간외 근무 승인권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등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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