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중단’ 시켜놓고 “계약해지는 아냐”

[사진=케이툰 홈페이지 캡처]
[사진=케이툰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지난 2014년 6월 KT는 같은 해 (주)누룩코믹스와 KT올레마켓웹툰 콘텐츠 주 공급자(MCP) 계약을 체결했다. 한 달여 만에 법인명을 투니드 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한 누룩코믹스는 2016년 케이툰 출시 당시 KT로부터 3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받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사실상 대기업인 KT가 직접 웹툰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2017년 4월에는 홍콩 란콰이펑 그룹 계열사인 란콰이펑 문화영화사와 웹툰의 영화화를 위한 판권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케이툰은 세계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빠른 시간 안에 네이버, 다음 웹툰을 추격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작가들 “극심한 생활고 시달려”
투니드 “계약에 의한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황”

그런데 지난해 이 케이툰이 웹툰 업계를 뒤흔들었다. 2018년 6월 KT가 직접 케이툰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KT는 작가들과 계약돼 있는 투니드를 통해 운영비를 현재의 3분의 1로 줄인다고 일방 통보했다. 여기에 작가들의 원고료를 폐지하고 유료수익분배만을 지급한다는 계약 조건 변경까지 알렸다. 적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일방적인 통보에 작가들이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올레마켓웹툰 출시 5년만, 케이툰 출시 고작 2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작가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KT는 잠시 주춤했다. 예산 감축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사업 축소 검토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론이 잠잠해지자 KT는 다시 작가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일요서울이 전국여성노동조합 하신아 부지회장과 케이툰에 작품을 연재한 A작가를 취재한 결과 작가들의 에이전트 역할을 해야 하는 투니드는 “KT와 협상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니드가 오히려 작가들에게 조기 완결을 요구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카카오톡’으로 작가에게 해고 통보

2019년 1월 28일 투니드는 전체 메일을 통해 작가들에게 “케이툰은 지속된다. 투니드는 KT의 CP사 중 하나로 거래를 지속한다”며 “4월부터는 신작 제안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같은 날 이들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작가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하기 시작했다고 A작가는 토로했다. 앞으로는 케이툰이 지속되며 작가들의 연재가 보장될 것처럼 이야기 해놓고 뒤로는 카톡 해고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웹툰 작가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수차례에 걸쳐 투니드 측에 면담을 요청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다른 플랫폼을 찾아갈 테니 웹툰 만이라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작가들은 투니드 측이 이를 번번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참다못한 피해 작가들은 서울시 공정경제과를 통해 조정을 요청한 뒤 2019년 4월 26일 KT와 투니드 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러자 KT는 “5월 17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회신했다. 그런데 약속 당일인 5월 17일부터 20일 사이 케이툰은 작가의 원고 등록 시스템인 CMS 계정을 삭제하고 “‘투니드’가 지식재산권 침해 주장에 대응할 책임이 있고, ‘투니드’는 전송권이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되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대답했다.

작가와 투니드의 계약에 따르면 웹툰을 플랫폼에 게재할 수 있는 권한인 전송권은 연재 완결 후 2년까지 투니드에 귀속된다. 하지만 사실상 계약 해지를 통보한 상태임에도 투니드 측은 ‘전송권’이 자사에 있다며 작가의 작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작가 측은 주장했다. 특히 해당 작가들의 작품이 6월 20일부로 케이툰 플랫폼에서 삭제된 상태이기에 몇몇 작가는 수입이 전무한 상태다. 2019년 5월 24일 작가들이 1인 시위에 나선 뒤 약 한 달 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연재하지 않을 것이면 전송권 돌려달라”

A씨는 “저는 그나마 내용을 줄여서라도 완결을 낸 상태”라면서 “모 작가는 연재 중에 그냥 중단돼 버리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작품이라는 게 (공산품처럼)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한 작품을 끝내고 다음 작품을 할 때까지 전작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생활해야 하는데, 작품을 아예 내려버리면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 부지회장 역시 “연재를 안 해줄 거면 전송권을 돌려줘야 다른 플랫폼을 찾든지,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만들어 연재하든지 할 것 아니냐”며 “팔지도 않을 작품을 왜 가지고 있는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하 부지회장은 또 “투니드 측은 웹툰에 대한 전송권을 반환한 선례가 없다고 한다”며 “그러나 여태까지 전송권은 모두 돌려줬다. 중간에 플랫폼이 사라지거나 연재 중단을 할 경우 전송권을 돌려주지 않은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선례가 없다는 투니드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하 부지회장은 “지금 투니드의 태도는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작가를) 해고하는 순간 계약은 끝난 것이다. 투니드는 연재는 중단했지만 계약이 해지된 건 아니기 때문에 전송권은 향후 2년간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법적 책임 발생’ 작가에게 책임 물어”

투니드 측은 오히려 KT와 작가의 삼자대면이 끝난 뒤 KT가 전송권 행사를 중단, 작품을 플랫폼에서 삭제하자 ‘법적 책임’을 암시하는 메일을 법률 대리인이 아닌 작가들 개인에게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공개한 메일에는 “참고로 최종 유권해석의 결과에 따라 전송 서비스 중단을 야기한 점에 대한 법적 책임이 추가로 발생하게 됨을 주지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하 부지회장은 “법률 대리인과 함께 삼자대면을 했는데, 메일은 작가들에게 보냈다”면서 “작품을 내린 건 저쪽인데 그 책임을 왜 작가들에게 묻는 건지 모르겠다. 법을 들먹이면서 협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가들이 요구하는 손해배상이 수억 원 대도 아니”라면서 “작품을 돌려달라고만 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일요서울은 이와 관련한 투니드 측과 KT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다. 투니드 관계자는 “2018년 사태는 KT가 무리한 조치를 취한 것이 맞다”면서도 “투니드와 작가 모두 강하게 항의 하며 상황은 정리됐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보완책으로 만화협회와 작가, 투니드가 모여 계약 종료에 대한 안을 조정했다”며 “종료 3개월 전 통보해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와 투니드의 작품 공급계약 기간이 2019년 4월까지라는 사실을 알리고 대처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고도 덧붙였다. 관계자는 “계약에 준해 전송권 반환은 어려우니 새로운 연재처를 찾거나 전송권 기간 동안 진행할 수 있는 작품 제작 등을 제안했다”며 “하지만 (작가들이) 모두 거절하고 오직 전송권 반환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또 “현재 상황은 계약에 의한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며 “2018년 사태와 다르게 2019년 사건은 플랫폼의 정상적 운영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일부 작가의 무리한 요구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톡 해고’에 대해서는 “카톡으로 연락이 먼저 간 사례는 1건”이라며 “담당PD가 카톡으로 먼저 내용을 알고 유선으로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KT 측은 “홍보팀 연락처나 메일이 확인되지 않아 연결이 어렵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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