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월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회동은 사전 실무협상도 예고도 없었고 1시간6분 동안 지속되었다. 언론은 판문점 회동을 “깜짝 드라마”라고 묘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했고 김도 가겠다고 호응했다. 두 사람은 53분간 회담에서 중단된 북핵 비핵화 실무회담을 재개키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을 떠나며 트위터에 “북한 땅을 밟았다. 대단한 영광”이라고 썼다. 김은 트럼프에게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관계를 개척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북한 땅 밟기가 “대단한 영광”이 되고 미·북 간의 ‘좋은 관계를 개척하는 계기’가 될지는 의문이다. 두 사람의 “깜짝 드라마” 무대 뒤엔 적지 않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기 때문이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담에서 배제되었다는 점이 매우 찜찜하다. 한국 땅에서 열린 ‘자유의 집’ 회담에는 문 대통령이 당연히 참석했어야 옳다. 하지만 문재인은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이 의도적으로 배제시킨 것으로 추측된다. 김의 문 대통령 배제는 김씨 왕조 대대로 이어져 온 미·북평화협정 책략의 일환으로 간주된다.

북한 김일성은 1974년 미·북평화협정 체결 협상을 미국에 제의하면서 남한 참석을 제외시켰다. 북의 남한 배제는 ‘한반도의 월남화’ 책략에 바탕한다. 1973년 베트남이 미국과 평화협정 협상에서 월남을 빼고 미국과 합의해 주월미군을 철수시켜 공산화했던 사례를 모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북 비핵화 협상이 미·베트남 평화협정 꼴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다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의식, 가시적 북핵 폐기 업적을 도출하기 위해 김정은에게 북핵 폐기 조건을 일부 양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북한은 지난 2월 미·북 정상회담 결렬 뒤에도 최신형 단거리 미사일을 두 차례나 발사, 도발했다. 이어 북은 지난  4월 한때 포기했던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의 복귀를 선언하는 등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등 비위를 맞추는 행태는 대선에서의 외교 치적을 보여주기 위해 서두르는 게 아닌가 의심케 한다. 트럼프의 외교 업적 매몰은 협상에서 김에게 양보로 기울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끝으로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호감을 다시 사기 위해 김의 압박에 휘둘리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김은 지난 4월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랍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그만두라”고 머슴 나무라듯 했다. 관영매체는 문 대통령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잠꼬대 같은 헛소리”라고 모독했다. 거기에 더해 김은 남한 땅에서 열리는 트럼프와의 ‘자유의 집’ 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빼버렸다. 저 같은 김의 작태에 초조해진 문 대통령은 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대북제재 해제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러한 우려는 문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오울렛’ 초소 방문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성공단이 남북경제 발전과 화해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했다는 데서도 드러났다. 트럼프에게 개성공단 재가동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려 한 것이다. 김정은 환심 사기의 일환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김정은의 ‘자유의 집’ “깜짝 드라마”가 트럼프의 말대로 “대단한 영광”의 길로 이어지기 위해선 이미 지적한 것처럼 문 대통령이 북핵 담판에서 배제되어선 안 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의식한 나머지 가시적 성과 도출을 위해 북에 양보해서도 아니 된다. 문 대통령도 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대북제재 해제에 나서면 아니 된다. 우리 국민이 열망하는 건 문재인·트럼프·김정은 세 사람의 ‘깜짝 드라마’가 아니다. 핵 없는 북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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