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랑 K씨와 예비신부 L씨는 2016년 5월 결혼을 앞두고 예식장을 구하기 위해 같은 해 3월 서울에 있는 A예식장을 찾아 직원으로부터 사용료와 식사비 등 관련 내용을 안내받고 이튿날 계약금 100만 원을 송금했다. 이후 예식장은 예비부부에게 공히 웨딩계약서와 행사계약규정을 보내주었는데, 이 규정에는 이용자 사정으로 당일 행사 취소 시 계약된 총 예식금액(3900만 원)의 70%를 배상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K씨는 L씨에게 예식을 취소해 달라고 했고, L씨는 예식장에 계약 취소를 통지했다. 그러자 예식장은 K씨와 L씨에게  계약금액의 70%에서 계약금을 공제한 금액을 청구했다. 이 경우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예비신부 L씨에게도 배상책임이 인정될까?

A. 예비부부가 파혼으로 결혼식장 사용계약을 취소했다면 일단 예식장과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당연히 배상책임이 있다. 그런데 예식장에 함께 가서 설명을 듣고 정작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다른 상대방에게도 책임이 있을까? 이 사건에서 원고인 A예식장 측에서는 K씨와 L씨를 상대로 공동배상책임을 묻는 취지로 예식장의 사용료 청구소송(2016가단5152793)을 제기하였다. 재판 결과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판사는 "원고에게 K씨는 2600여만 원을 지급하고, L씨는 K씨와 공동해 이중 1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예식장을 방문해 견적을 받고 K씨가 계약금을 송금한 점, 플라워미팅과 시식 등을 통해 예식진행의 과정을 확인한 것으로 보아 원·피고 사이에 묵시적으로 예식장 사용계약이 체결됐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예식장 사용 계약서에 신랑만 서명했더라도 식사 메뉴나 꽃장식 등을 신부가 같이 안내 받았다면 신부도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위 소송에서 L씨는 원고와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고, 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관해 설명을 듣거나 확인 받은 바 없어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고가 L씨에게도 이메일로 계약서를 보내주었고 L씨도 예식장을 방문해 세부내용과 진행상황을 확인한 점에 비춰보면 계약 내용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L씨가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K씨와 L씨가 공동해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법 제398조 2항은 손해배상예정액이 부당히 과한 경우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손해배상예정액 전부는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여러 사정을 감안해 L씨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총매출예정액의 50% 정도인 1300만 원으로 감액하였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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