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소속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있던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에 온 세계가 주목했다. 이들은 비무장지대(DMZ)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3자회동을 한 뒤 판문점 자유의집으로 장소를 옮겨 53여분간 북미회담을 진행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역사적인 3자회동 이후 각국이 얻은 성과와 앞으로 비핵화 문제를 봉합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세워야할 지를 전문가에게 물었다.

세 번째 주자는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소속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이다. 조 연구위원은 통일부 규제심의위원과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친 북한통이다. 일요서울은 지난 3일 유선 인터뷰를 통해 조 선임연구원에게 이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조 선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트럼프 대통령, 컨벤션 효과 얻기 위해 ‘리얼리티 쇼’ 같은 극적 효과 노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이번 6.30 판문점 북미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소극적·수동적 자세를 보여 실리를 얻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양국 정상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려 대화의 물꼬를 트는 중재자 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관한 견해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협상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논의 테이블에) 나오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해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했지만 또 안 나왔다. 문 대통령이 워싱턴을 간 것도, 이번에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한 것도 김 위원장을 (비핵화 논의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이 회동에 나왔으니 이번 정상회담은) 성공한 것이다. 김 위원장을 (비핵화 논의 테이블에) 끌어내지 않았느냐.

이번 판문점 회동이 조속히 성사됐던 건 우리나라 측의 노하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4.27 정상회담 등을 했을 때 세워진 매뉴얼들이 그대로 적용 안 됐다면 어려웠다. 우리나라는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은 북미 대화가 중심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비핵화 논의 테이블로 이끌어낸 것은 성공한 것이고, 그동안 김 위원장이나 북한이 우리에게 섭섭함을 느껴 비판했는데 지난 3일 남북 정상이 포옹하지 않았느냐. (북한이 우리나라를) 계속 비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대남관계도 이를 바탕으로 나아질 수 있다. 상당히 성과가 많은 회동이었다.

비난하는 측은 이번 회담에서 실무적인 의제를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게 된 배경은) 이전에 실무진이나 고위급 간 협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정상들이 (협상을) 안 하려했던 것이 아니라 실무진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이번 회담으로) 다시 실무진에게 문제가 돌아갔다. 해결된 게 없는 것이다. 두 가지 평가가 모두 공존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재선 대비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 협상으로 재선에 탄력을 얻는 것은 물론, 노벨 평화상 수상까지 노리는 전략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관한 견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중요한 것은 대선이다. 트위터를 통해 (만남 제안이나 회담 사실을) 전 세계에 공개하는 건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리티 쇼’ 같은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회담) 결과가 좋으니 다 좋은 것이지, 그의 의도가 순수했다고 볼 순 없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개인의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전당대회나 경선행사와 같은 정치 이벤트에서 승리한 대선후보나 해당 정당의 지지율이 이전에 비해 급상승하는 현상)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 행보라 볼 수 있다. 정상회담을 전 세계인들이 보는 앞에서 제안하고, 또 성공적이긴 했지만 양국 정상이 만나는 걸 알리는 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전 세계의 주목을 자기에게 집중시켜 대선뿐만 아니라 노벨 평화상의 이미지를 만드는 컨벤션 효과를 노린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 역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전 세계에 자신이 다시 지도자로 각인됐고, 인민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논의 테이블에 꾸준히 나오며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피력하지만, 비핵화를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체제 생존을 위해 핵을 개발했다. 이 같은 이유로 핵 개발을 해 온 국가 가운데 비핵화 협상에 나선 건 북한이 처음이다. 체제 생존과 상황 조치를 맞바꾸는 것이다. 북한은 체제 생존을 걸고 만든 핵을 포기하는 건데 미국은 그동안 상황 조치를 한 게 아무 것도 없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했다. 풍계리, 동창리에 이어 영변까지 내놓는다고 했다. 영변은 (핵 물질 생산) 핵심 시설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에게) 아무 것도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북한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핵화를 고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체제 유지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미 간 실무진 협상을 앞둔 지금, 북한이 실무진 협상에서 어떤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전망되나. 

▲카드는 미국이 내놓을 것이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언급했던 ‘영변’은 핵 물질을 생산하는 핵심 시설이다. 영변을 폐기하면 핵 물질을 생산할 수 없지만 고농축 우라늄은 다른 곳에도 생산 시설이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럴 경우 고농축 우라늄 생산은 계속되고 나머지 물질의 생산이 중단되는 것이다. 즉, 영변을 폐기해도 핵 물질의 일부는 계속 생산된다. 미국은 ‘영변을 폐기할 거면 컴플리트 프리징(complete freezing·완전한 동결) 즉, 나머지 모든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라’고 했는데 북한이 이에 대해 약속하지 않아 우려했던 것이다. 완전한 동결을 선언하고 행동에 옮긴 뒤 영변을 폐기하면 모든 핵 프로그램은 중단된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타협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영변은 물리적 개념과 추상적 개념으로 나뉜다. 물리적 개념은 말 그래도 ‘영변’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고, 추상적 개념으로서 영변은 이곳이 핵 물질 시설을 대표하는 곳이기 때문에, 영변 이외에 핵 물질 시설도 영변에 포함한다. 북한이 추상적 개념의 영변 폐기를 제안한다면 첫 단계에서 미북 간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에서는) 북한이 아무런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고, 미국도 북한이 영변을 내놨을 때 아무런 상황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해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이번 실무진 협상에서는 영변을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그전에 포괄적 협의를 한다고 했으니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개념 정리를 다시 하고, 이에 관한 전반적인 로드맵을 다시 그리자할 것이다. ‘영변’, ‘영변 플러스 알파’, ‘동결을 포함한 영변’ 등을 갖고 초기 조치의 조합을 만들어 낼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비핵화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대한민국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지금 미국의 국내 분위기는 북한이 (협상에서) 어떤 걸 내놔도 제재를 해지할 수 없다는 방향이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할 경우 미국은 연락사무소 설치와 종전 선언, 인도적 지원과 민적 교류 등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말한 관계 정상화 쪽으로 갈 것이다. 북한은 지금 배가 고프니 대규모 인도적 지원과 금강산·개성공단 등 경제적 상황 조치는 우리나라로부터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가 어려우니 초기 단계에서는 우리나라로부터 지원을 받고, 북미 관계가 이전보다 진전된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선다면 미국도 대북제재를 해지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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