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구사)이 정략배와 다름없이 막가고 있어 400만 천주교 신도는 물론 일반 국민 마저 분노케 했다. 우리나라 천주교 200년 사에 유례없이 일부 신부들이 스스로 입힌 깊은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인천교구의 한 신부는 정구사 신부들이 “정치인처럼 활동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4대강사업과 북한 실정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는 지난 3월의 주교회의는 “4대강사업이 자연파괴와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였다. 이어 그는 북한이 “국민 생존에 대해 양식(糧食)이 없다고 손을 벌리고, 진리를 차단하고 자유가 없다”고 적시하였다. 정 추기경의 지적은 사실에 근거한 옳은 말이었다.

그러나 정구사는 지난 10일 성명을 발표, “추기경의 궤변”이라고 반박하였다. 이 성명은 또 정 추기경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부를 편드시는 남모르는 고충이라도 있는 것인지 여쭙고 싶다”고 물었다. 정 추기경을 정부의 편을 드는 한 낱 끄나불로 비하한 말로 들렸다. 정 추기경에 대한 모독이고 스스로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뿐만아니라 정구사는 북한에는 식량·자유도 없다는 정 추기경의 지적과 관련해 “추기경이 (북한에 대해) 미움이나 부추기는 ‘골수 반공주의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으니 이는 교회의 불행”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교회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공화국 인민들은 장군님의 품에 안겨 쌀밥과 고기국을 먹으며 행복하다”며 치켜세워야 옳으냐고 정구사에 묻고 싶다.

로마 카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철저한 반공주의자이다. 하지만 천주교 사제들 중 그 누구도 교황을 “골수 반공주의자”이고 “교회의 불행”이라고 몰아대지 않는다.

더욱 아연실색케 하는 대목은 정구사의 12·10 성명에 이은 13명 신부들의 정 추기경 사퇴 요구 기자회견이다. 지난 13일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사제들은 정 추기경이 “용서를 구하고 용퇴의 결단으로 그 진정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하였다. 함 신부는 2004년에도 김수환 추기경의 보수적 언행과 관련해 “김 추기경의 참으라는 말씀은 불의의 독재시대에 권력자들이 늘 하던 표현”이라며 “다소 시대착오적”이라고 폄훼하였다. 마치 김 추기경이 독재권력에 길들여진 것 처럼 모욕한 것이었다. 김 추기경은 독재권력에 분연히 맞선 사제였다.

서울대교구의 한 신부의 말에 따르면, “추기경의 궤변”이라고 했던 정구사의 성명이나 사퇴를 주장한 신부들은 사실상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쿠테타 하듯이 2차에 걸쳐 추기경에 대해 파상공세를 취하였다.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며 영적 구원을 위해 수도 하는 사제가 아니라 권모술수로 뒤엉켜 싸우는 속세의 정상배를 방불케 했다. 그런 사제들은 아예 북한의 “장군님 품”에 안기던지, 특정 정당의 당원으로 입당 하는게 어울린다.

정구사는 1974년 원주 교구장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를 선언하고 구속되자 그의 석방과 민주화 운동을 위해 임의단체로 조직되었다. 그러나 이 단체는 1980년대 후반부터 좌편향 통일운동으로 빠져들면서 종교단체의 순수성을 잃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가보안법 철폐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며 반미친북 좌편향으로 일관한다.

정구사는 천주교 신도들이 숭모하는 추기경들에게 자신들의 친북좌편향 이념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시대착오적” “골수 반공주의자” “궤변” “용퇴하라”며 막간다. 사제의 본분을 일탈한 추태이다. 그들의 말 대로 “교회의 불행”을 막는 길은 정 추기경이 “용퇴”하는데 있지 않다. 그 대신 사제의 도를 벗어난 신부 자신들이 사제직에서 “용퇴”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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