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를 마지막 마무리하는 지난달 27일 전 국민이 깜짝 놀랄 기사가 언론에 보도됐다. 감사원이 한국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4대 공기업에 대해 ‘경영평가 성과급 지급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 4개 공기업이 지난 2008년 이후 퇴직한 직원 570명에게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82억 8천만 원을 지급한 부패 실상이 밝혀진 것이다.

한국석유공사는 퇴직자 1인당 평균 성과급 지급액이 1263만 원에 달했다. 같은 날 다른 언론 지면은 또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감사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지난 8·15이후 감사를 교체한 공기업이 23곳이었는데, 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 출신이거나 청와대 근무경력 등을 거친 인사가 14곳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업 감사직의 60~70%는 낙하산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 이 신문은 “공정한 사회를 중요한 국정 철학으로 삼아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한 고위관계자의 말을 다루면서 “고위 참모회의에서 낙하산 인사문제를 다루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다른 고위관계자의 말을 주석으로 달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이 “대차대조표도 볼 줄 모르는 사람을 공기업 감사나 사장으로 보내는 것은 특히 문제”라고 통박 했던 적 있다.

공기업 감사 자리를 집권세력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이런 나라 망하는 짓은 군사정권 이후 지금까지다. 군사정부 때는 군 출신 퇴직자들 몫으로 나타났다. 공정사회를 화두로 한 작년 8·15경축사 발표 후 청와대 실무 참모들이 내부 토론을 통해 낙하산 문제를 숙의 했지만 성과를 못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때의 적절한 보상과 다음 대선의 ‘외곽 우군’ 확보를 위해서 낙하산 관행을 깰 수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나라당은 ‘코드 인사’를 청와대 실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았다. 각종 감사에서 업무추진비 과다집행이나 무분별한 성과급 잔치 등 방만 경영형태가 드러나는 이유를 정치권력이 모르지 않을게다. 어느 조직이건 CEO를 잘 뽑는 것에서부터 성공 경영의 첫 단추가 꿰어지는 것이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민간 기업들은 글로벌 정글에서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대한민국 공기업들은 기억도 희미한 구시대 경영 환경에서 맹목적 온정주의 조직문화에 젖어있다. 조직 내부비리가 사슬처럼 연결돼있지 않나 모르겠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부채가 16조원으로 5년 새 5배 가까이 급증했는데도 이 기간에 성과급 지급이 200억 원을 초과했다.

지식경제부 산하 59개 공기업의 1억 원 이상 연봉자 수가 4년 새 3배 가까이 늘어나 3천명에 육박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 실상이 이 정도다. 이처럼 정부의 개혁의지가 공기업에 통하지 않는 이유가 CEO 선임의 구조적 문제에 있음을 온 사람이 다 안다. 새해 시작 연휴에는 차관보급을 포함한 공무원 수십여 명이 상습도박을 하다 적발 됐다. 군중이 표정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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