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중인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브로커 유 모 씨가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게 억대의 돈을 주면서 관리에 신경을 쓴 이유는 강 전 청장이 들면 전국 어디서나 함바집 운영권을 따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씨의 한 측근이 “강 전 청장의 소개를 받아 알게 된 공사현장 관할 경찰서장, 정보과장들의 도움으로 함바집 운영권을 따냈다”고 확인했다.

건설 현장에는 여러 가지 안전사고 문제가 걸려 있다. 건설 회사들이 현장 관할 경찰서 부탁을 감히 거절할 수가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튼튼한 ‘보험’에 들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특히 아파트 재개발 및 재건축 공사현장 식당 운영권을 얻기 위해서는 재개발 조합장의 협조가 꼭 있어야 한다. 관할 경찰 말 안 듣고 조합장 해먹기는 여간한 뱃장으론 힘들다.

「함바 비리」불길은 경찰간부에 이어 국토해양위 소속의원 2~3명과 현역 광역단체장, 차관급 기관장, 청와대 직원, 공기업 사장으로 번져 나갈 전망이다. 권력형 비리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강희락 전 청장 재임 때의 총경, 경무관급 승진과 관련한 인사 청탁 의혹 수사를 비켜갈 수 없게 됐다. 집권 4년차의 권력형 게이트로 발전할 소지가 짙은 것은 브로커 유 씨가 돈을 뿌린 대상이 전방위적이란 점이다.

더 큰 이권과 비리가 개입돼 있을 개연성이 높다.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거론되는 것으로 볼 때 대형 정부 공사의 수주를 둘러싼 로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역시 유 씨의 로비 목적이 식당 운영권 말고 다른데 또 있지 않겠느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강 전 청장이 유 씨에게 4000만원을 주며 도피를 권유한데서 중범죄의 냄새가 난다.

이번 건설현장 식당 운영에까지 비리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 경찰은 이제 ‘민중의 지팡이’ 값으로 인부 밥값까지 뇌물로 챙긴 꼴이 됐다. 민중의 지팡이가 한 없이 치사해진 지경에 도예로 유명한 경북 문경지역에서는 또 전 현임 경찰서장 등 경찰간부들이 유명 도예인 ‘요장’을 수시 방문해 고가의 도예작품 선물을 강요하다시피 해서 말썽이다. 부임축하나 방문기념 명분으로 이들이 관행처럼 받아 챙기는 도예품은 ‘다기세트’ ‘다완’ ‘항아리’ 같은 고급 작품들로 알려졌다.

말썽 당사자인 현임 서장은 취재기자에게 “도예인들에게 인사차 방문해 작품 한 점 받았다고 해서 민폐를 끼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뻔뻔함을 보였다. 경북 경찰청이 즉각 감사에 착수했지만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된 경찰서가 직원들을 내보내 기자가 접촉한 도예인 파악에 나서 함구를 부탁하는가 하면 지방청 감찰 직원들 역시 현지 직원들 안내로 감찰활동을 벌이는 마당이다. 현지 경찰이 전방위적 취재기자 뒷조사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사해질 대로 치사해진 「민중의 지팡이」 놀음이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라는 말이 있다. 참외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으면 혹시 남이 볼 때 참외를 도둑질하는 것으로 오해받기 쉬우니 삼가 하라는 뜻이다. 늘 민중 생활 속 참외밭 가까이 있는 경찰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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