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성악가인 서울대 음대 김인혜 교수에 대한 의혹이 언론을 통해 연일 계속 됐다. 김 교수가 처음 제자들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일어나면서 공연표 강매, 뇌물성 선물 요구, 시어머니 팔순잔치에 제자들 축가 동원, 김 교수 딸의 실기시험장 연습장소 이용 등 양파 껍질 벗겨지듯 새로운 의혹들이 점입가경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당초 제자들을 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서울대를 다닐 때 엄격한 도제식 교육방식으로 지도를 받았고 그렇게 가르쳐 왔다”고 해명했다. 도제식 교육이란 장인을 만들기 위해 밑바닥부터 엄하게 훈육하는 교육방식으로 제자의 음악적 역량과 한계를 파악해 스승의 기량을 그대로 전수하는 방법이다. 유럽, 구미 등 음악 선진국에서도 성악은 특성상 도제식 교육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자가 스승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교육방식이다보니 종속적인 관계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도제식 교육방식 해명에 대해 같은 스승 밑에서 성악을 배운 적지 않은 교수들은 “스승님께서는 가르침에 있어 결코 도에 벗어나는 어떠한 훈육 방법도 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스승을 욕보이지 말라는 태도다. 시어머니 팔순잔치에 학생들을 동원한 것이 관행이고, 실제 동원됐던 학생이 김 교수 남편으로부터 다른 때 받아보지 못한 2백만원의 사례비까지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김 교수에 대한 비난은 조금도 늦춰지지 않았다.

그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대학 당국은 서둘러 김 교수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에 회부했다. 서울대가 김 교수를 예정보다 일찍 징계위에 회부한 것은 진술에 협조한 제자들의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입막음을 위해 제자들이 그의 집으로 호출 당한 정황이 포착 돼서라고 했다. 물론 김 교수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 대부분 부인하는 입장이다.

김 교수의 이런 자세가 또 비난을 샀다. 인민재판식이다. 어느모로 봐도 김 교수가 다른 범죄인들처럼 증거를 코앞에 들이밀어도 발뺌하는 그런 인격은 최소한 아니라고 봐진다. 작년에 대학원생 여자 조교를 성추행 했다는 의문으로 자살한 모 대학교수 사건이 있었다. 해당 교수는 학자로서 추문에 연루됐다는 수치심과 사건을 확대 해석하고 일방적으로 여자 조교를 두둔하는 학교 측과 대학 내 뿌리 깊은 줄 세우기 관행에 자괴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에게 쏟아지고 있는 여러 가지 비난들이 과거 음대나 미대에서 행해져왔던 관행인데, 김 교수가 그 비난을 한꺼번에

받고 있다는 주장이 없지 않다. 무차별로 쏟아 붓는 우리 인터넷문화의 냄비 근성이 김 교수 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에게 씻지 못 할 상처를 입힐 수 있다. 김 교수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그 동안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잘잘못이 가려지기도 전에 김 교수는 이미 마녀사냥에 나선 듯한 언론, 대중들의 뭇매만으로 SBS ‘스타킹’에서 하차했고, 서울대가 중징계 입장을 밝힌 터다. ‘스타킹’에서 야식배달부 김승일씨 사연을 듣고 포옹하며 눈물 흘리던 그의 모습까지 ‘악어의 눈물’로 매도되는 현실이다. 이러다 제기된 의혹들이 허위 과장된 것으로 밝혀질 수 있으면 그 눈물은 다시 감동으로 바뀔 판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