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환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 글로벌기업가센터 교수

'탈중앙화’와 ‘분산화’라는 새로운 철학과 가치에 힘입어 새로운 신대륙 블록체인 2.0 시대가 다가온다.

전통적인 중앙 서버에 의한 독점적이고 권위적인 시대가 가고, 피어투피어(Peer to Peer)라는 수평적이고 공유적인 시대로 바뀔 수 있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블록체인 혁명이 시작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하지만 전 세계가 하나의 금융권으로 통합되는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실적으로는 국가 단위의 규제와 통제시스템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블록체인은 최근 2년간 거대하고 도전적인 산업으로 다가왔다, 한편에서는 장밋빛 미래를 예견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이제는 전 세계가 블록체인을 가치 저장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으로 인식하고, 중앙의 통제 없이도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또한 인공지능(AI)‧빅데이터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 참가한 글로벌 전문가 및 경영진 상당수는 2025년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이 전 세계 GDP의 약 1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은행들과 인텔, IBM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주목받을 분야로 전망하면서, 본격적인 기술 투자와 함께 가상화폐 시장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최근 3년간 ICO(Inincial Coin Offering) 코인 투자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됐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기부터 각종 스캠과 사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가상화폐 투자 시장은 잇따른 악재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상화폐는 특성상 기술 집약적이어서 개인정보에 취약한 것이 한계를 드러냈고, 투자 받은 회사들은 책임에 소홀해지는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각국 정부의 곱지 않은 시선과 투자가들의 손실로 인해 결국 가상화폐 투자시장은 혹독한 빙하기를 맞이하게 됐다.

불신도 팽배해져 실생활에 사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의 디앱((DApp. 분산형애플리케이션) 시장은 침체되고, 도박이나 게임에 사용되는 디앱들이 일부 마니아층을 위해 선보이는 정도에 머물렀다.

특히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스마트 계약)을 통한 코드의 투명화와 프로그래머블(programmable) 토큰은 2천 여 가지의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자산 투자를 가능하게 했고, 수많은 추가적인 코인의 개발을 부채질했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기술적 한계와 사용자 편이성에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아직 처리 속도도 느리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여러 응용들 또한 나와 있지만, 정작 실생활에서 흔히 접합 수 있는 응용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을 통한 신뢰 확보와 긍정의 신호들은 많이 보인다. 먼저 플렛폼을 지향하는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블록체인의 기술에 뛰어 들고 있다. 이미 2018년 초에 메신저를 가지고 있는 텔레그램이 먼저 뛰어 들어, 그램이라는 코인을 개발하고 있고, 여기에 카카오그룹과 네이버가 가세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에서도 올해 스테이블 코인을 내놓겠다는 공식적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지갑과 블록체인앱(디앱)들이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시린랩스에서 만든 스마트폰에 이어, 삼성전자에서도 S10에 가상화폐 지갑과 디앱을 설치했다.

한편 정부에서는 가상화폐에 일정한 선을 긋고는 있지만, 사설형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적 응용과, 기업 응용에 열을 내고 있다, 이미 정부는 2017년부터 관세청 프로젝트, 블록체인 선거관리 시스템, 축산물 유통관리 시스템 등에 적용해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사설형 블록체인은 탈중앙성은 약하지만, 분산‧저장하는 공유데이터를 중심으로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 같은 낙관적인 외부 환경과 더불어 건전한 생태계에 킬러앱(Killer App)을 만들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가 융합된 블록체인 시장 2.0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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