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지난 4월 15일 또 의사봉 쟁탈전 소동이 벌어졌다. 이 소동에는 단골손님으로 뛰어드는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이 끼어있었고 한나라당의 홍정욱 의원도 한 몫 했다.

법안소위의 한나라당 소속 유기준 위원장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표결을 선언하자, 민주당의 김동철 의원이 유 위원장이 잡으려던 의사봉을 가로챘다.

거기에 외통위 위원이 아니어서 참가할 자격도 없는 강기갑 의원이 유 위원장에게 달려들었다.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이 강 의원에게 “당신은 왜 여기 왔느냐”고 소리치자 강 의원은 “한나라당이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게 저질국회”라고 맞받아 쳤다. 그러나 실제 “저질 국회”로 만든 것은 강 의원 자신이다.

강 의원의 법안소위 소란은 2년 전 그런 짓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해 놓고서도 되풀이했다는데서 분노를 자아냈다. 그는 2009년 1월 국회 사무총장이 앉아있는 사무실에 밀고 들어가 탁자위에 올라서서 펄쩍펄쩍 뛰는 것은 물론, 의사당내 경계라인을 위해 세워놓은 쇠 봉을 집어 들고 국회 의장실로 향하다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 난동으로 그는 제소되어 폭력 죄로 벌금형을 받았다. 그는 2010년 1월 지역구인 경남 사천시 사천읍에서 열린 마을주민 모임에서 “앞으로 온화하고 따뜻한 정치인 상을 만들어 가겠다”며 “국회에서 난리를 치고 펄펄뛰는 행동은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월 경찰청이 집계해 발표한 집회시위 현황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폭력시위는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호 청장은 “단호히 대처한 것이 효과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의 몸싸움은 줄어들지 않고 날이 갈수록 극성이다.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은 높아지는데 국회의원 행태는 저질화 됐음을 반영한다. 그에 대한 대응책은 조 청장의 말 대로 “단호히 대처”하는 길 밖에 없다. 단순한 벌금형으로 그치지 말고 중벌로 다스려야 한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몸싸움방지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키로 지난 4월 18일 합의하였다. 하지만 강 의원이 벌금형을 받고서도 소동을 계속 피운다는 데서 실효를 거둘지 의심된다.

한편 홍정욱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당이 총력을 기울여 추진하는 한-유럽연합 FTA 비준동의안 표결에서 “기권하겠다”며 벌떡 일어나 퇴장해 버렸다. 그의 기권 선언으로 한나라당의 법안소위 비준동의안은 무산되고 말았다.

홍 의원은 한-유럽연합 FTA는 “적극 지지하지만 물리력이 동원된 일방적 강행처리에 반대한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5일의 비준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전혀 “물리력을 동원”한바 없다.

동원한 쪽은 야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벌떡 일어나 기권을 선언하였다는 것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으로서 책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짓이었다.

그는 기권할 게 아니라 의사봉을 가로챈 의원에게 항의하며 비준동의안을 지지했어야 옳다. 자신의 기권을 “물리력 동원”을 이유로 둘러댔다는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기권함으로써 해당(害黨) 행위를 서슴지 않은 돌출행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기권은 자유민주 국가 의정활동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을 포기한 철없는 행위였다. 그는 튀는 행위를 통해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인기몰이에 급급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강기갑씨는 소동으로 그리고 홍정욱 씨는 인기몰이로 국회의원의 격을 끌어내렸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대한민국 국회는 철이 들 수 있을런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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