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4일 부활절을 맞이하여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개신교계 연합예배에서 종교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날카로운 강론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종종 듣던 자아비판이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신길 성결교회 이신웅 목사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경고가 눈길을 끌었다.

이 목사는 “교회가 세상에 걱정을 끼치고 있다”며 “지금의 교회는 이기적 권력집단으로 오해받고, 교권쟁취가 복음 전파 보다 우선하고 섬기기 보다 군림한다”며 자성을 촉구하였다. 정 추기경은 “신앙인들은 종교가 행복과 화해의 도구가 아니라 분열과 불행의 주체가 되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목사의 지적대로 종교인들이 “권력집단화”하고 “섬기기 보다는 군림”하려는 추태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정구사)을 통해서 오래 전서부터 드러났다. 정구사는 종북좌경으로 기운 채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반기업 선동, 등을 일삼았다. 심지어 정구사는 정 추기경을 ‘궤변자’라고 폄훼하였는가 하면, “용서를 구하고 용퇴하라”고 협박하기도 하였다. 정적을 폭언과 폭력으로 몰아내고 ‘군림’하려는 ‘권력집단’의 쿠테타를 연상케 하였다.

교회가 ‘교권쟁취’를 “복음 전파 보다 우선 한다”는 추태도 어재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교권쟁취’ 싸움질은 지난 3월 28일 서울중앙지법이 “길자연 목사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직무 집행을 정지 한다”는 결정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재판부는 지난 1월 20일 열린 한기총 정기총회 때 길 목사의 대표회장 인준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판결하였다. 당시 총회장에서는 ‘돈 선거’라는 고성이 터졌고 폭언·몸싸움이 벌어졌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복음 전파 보다는 역겨운 ‘교권쟁취’에 빠져든 치부를 드러낸 몰골이 아닐 수 없다.

“신앙인들은 종교가 행복과 화해의 도구가 아니라 분열과 불행의 주체”로 전락되었다는 경고도 오래된 작태이다. 일부 종교인들의 환경보존운동은 화해가 아니라 분열을 조장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기독교나 불교계의 일방적인 4대강 정비 반대는 순수 환경보존 보다는 정부와 맞서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종교집단의 세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의심치 않을수 없다.

특히 한 불교 스님에 의한 경남 양산시 천성산 자연습지 보존 운동은 순수성을 상실한 반사회적 돌출행위를 대표한다. 고속철도(KTX) 건설을 위해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려 하자 천성산 내원사에 거처하던 지율 스님은 환경단체와 함께 도룡뇽 살리기를 내걸고 오랜 동안 단식에 들어갔으며 ‘도룡뇽 소송’까지 제기하였다. 그들은 소송에서 졌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스님의 계속된 단식 및 소송으로 천성산 터널 공사는 무려 6개월이나 지연됨으로써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KTX 개통 이후 천성산 습지에서는 환경단체들이 외쳐댔던 것과는 달리 도룡뇽들이 그 전과 다름없이 살고 있다. 종교인이 ‘화해’가 아니라 ‘분열과 불행의 주체’로 ‘세상에 걱정’을 끼친 또 다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종교의 영역은 속세를 떠나 인간 영혼 구제를 위한 구도(求道)에 속한다. 그러나 오늘 날 일부 종교인들은 집단적 힘과 협박을 통해 속세에 군림하려 든다. “섬기기 보다는 군림”하려는 정상배와 다름 없다. 목사·스님·사제들이 신도들을 올바로 인도해주는 것이 아니라 신도들이 도리어 그들의 반사회적 경거망동을 걱정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한국 종교계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종교인들은 종교 제단을 권력행사와 교권쟁취의 도구로 삼지 말고 영혼 구제를 위한 신성한 제단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종교계의 자정(自靜)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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