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유력 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 특사 자격으로 오는 8일까지 9박 11일간의 일정으로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럽 3개국 순방길에 올라있다. 순방에 동행하는 언론사가 23개에 이르고 기자 수가 30여 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실감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가 이번 유럽 특사 일정을 끝내고 나면 곧바로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회동했다는 사실만으로 한나라당 내 화합과 소통의 길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높다. 대통령이 동반자적 국정운영 방향 모색으로 영남권, 충청권 여론을 달래야 하는 현실을 인식해서 일 것이다. 박 전 대표와의 동반자적 국정운영을 바탕으로 레임덕을 늦추고 원활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는 기회라는 점이 부각 됐다.

대선정국이 달아오를수록 레임덕을 가속화 시킬 수밖에 없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분당을 4.27재보선 출마는 말 그대로 ‘꽃놀이패’였다. 적지에서의 당선은 단숨에 손 대표를 유력 야권주자로 부각 시킬 것이 틀림없다. 9년 만에 국회로 돌아온 그는 이번 선거에 떨어져도 상처에 비해 명분과 실리가 크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야권의 뚜렷한 대선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야권 연합에 대한 논의는 무성한 터였다.

야권연합이 유권자에게 무엇을 약속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없는 마당이다.

박근혜 대세론에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패배주의가 만연해있다. 반 박근혜 진영에 너무 일찍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겨우 살아나는 것은 박근혜 지지율이 수년간 큰 확장성을 나타내지 않고 고정적이란 점에서다. 중요한 것은 반 박근혜 세력이 박근혜를 이기려면 ‘세력중심’의 연합이 아니라 ‘가치 중심’의 정치연합이 돼야 할 것이다.

세력들 연합은 그 때 그 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을 할 뿐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적 캐릭터는 ‘타이밍’과 연결된다.

그가 국회의원과 야당 대표로 성가를 높이던 때는 반 DJ 정서와 반노무현 정서가 깊게 작동했다. 여당 내 비주류 수장으로 캐스팅 보트를 쥐고 휘두르는 지금은 반MB 정서가 강해졌다.

박근혜가 타이밍 적으로 반DJ-반노-반MB 정서의 ‘반사’의 정치 덕을 크게 본 것이다. 이점이 박근혜 정치의 ‘생산성’ 시비를 낳게 만들었다.

2007년 경선에서 그는 당대표 프리미엄조차 누리지 못하고 이명박 후보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줬다. ‘반노무현’ 정서가 쉽게 ‘MB’에 대한 기대로 전환됨과 동시에 박근혜의 정치적 위상은 하락했던 결과다.

2012년 경선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포스트 MB’가 부상하면 박근혜의 ‘안티 MB' 위상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침묵 속에서 여론 추이를 보다가 불쑥 한마디 하는 식은 지지자들이 피로감을 가질 수 있다. 박근혜 정체를 ‘피동적 객체’에서 ‘능동적 주체’로 전환해야 할 시기다.

여론을 따르는 게 아니라 여론을 설득하는 지도자가 돼야 하는 것이다. 지역 맹주로써는 절반의 국민 지지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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