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계절이 확실히 오긴 온 모양이다. ‘박근혜의 이름’으로 전국이 떠들썩하게 돌아가는걸 보면 우리 정치 한복판을 박 전 대표가 차지하고 있음을 초등학생도 알판이다. 총선 준비에 나선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친박계에 합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또 친박계 전 현직 의원 사이에서는 박 전 대표에 대한 충성 경쟁이 본격화 된 양상이다.

호남 출신의 박 전 대표 최측근으로 인정받는 이성헌 의원은 전국적인 박 전 대표의 외곽 지지모임인 ‘국민희망포럼’을 4년 만에 다시 복원하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올 초 광주 전남지역 친박 인사를 중심으로 발족한 ‘빛고을희망포럼’과 뒤이어 전북지역의 ‘온고을희망포럼’이 이의원 주도로 출범했다. 또한 ‘국민희망포럼 강원봉사단’을 지난달 출범시킨데 이어 서울에서 ‘서울희망포럼’을 곧 발족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자못 따갑다. 대선 조기 과열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 희망포럼과는 별도의 조직을 벌써 구성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친박계 의원도 적지 않다. 친박계 의원이 지역 조직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내년 대선준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전에 치러질 총선 공천에서도 유리할 수 있고 본선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들에게는 박 전 대표와 찍은 사진 한 장, 축전 하나가 자신이 친박계라는 사실을 공식 천명하는 징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박 전 대표의 이름을 앞세워 정치하려는 사람이 줄을 서면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이런 마당에 박근혜 이름을 내건 각종 팬 카페와 모임도 크게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이달 현재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박근혜를 지지하는 팬카페나 모임은 50개에 달한다. 회원규모는 작게는 10명 미만에서부터 많게는 6만에서 7만 명까지 분포돼있다. 2004년 3월에 ‘박사모’ 회장 정광용씨가 단신으로 발족시킨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현재 공식회원 수는 6만 3000여명에 이른다.

박사모는 그동안 여러 내부 문제로 회원이 떨어져 나오면서 분화돼 유사한 이름의 모임 4개가 더 생겼다. 다른 모임도 박사모처럼 분화한 경우가 많다. 2007년 경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팬 카페가 하나로 뭉쳐 일사불란 했던 반면 박 전 대표 지지모임은 수 십 개가 난립해 제대로 대응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2년에 이 상황이 재현될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한다.

지지모임의 난립이 부담스럽지만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의 운영이나 활동에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과거 친박연대의 전국조직이자 친박계 산악회로 알려진 ‘청산회’도 근 5년 만에 계룡산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전국 최대 규모인 7만 회원을 자랑하는 모임이다. 외곽 친박체인 미래연합(대표 이규택) 역시 곧 외곽포럼 창립식을 예정하고 있다. 이규택 대표는 작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과의 합당 명분으로 미래희망연대 후보 공천을 포기한 서청원 공동대표를 반대하는 당료들을 중심으로 새로 당을 급조해 성백영 상주시장과 20여명의 지방의원을 당선 시켰다.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 탈락한 친박계 인사들의 결집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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