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500달러로 집계됐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의 물가를 반영해 계산한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3만286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일본의 1인당 GDP는 4만2325달러로서 우리나라 보다 두 배 정도지 만,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3만3828달러로 우리 보다 약간 앞섰을 뿐이다. 이 기준으로 볼 경우 일본은 세계 180여 국가들 중 21위이고 우리나라는 22위에 올라있다.

우리나라는 분명히 세계 22대 부자나라로 풍요롭게 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추하기 그지없는 비리가 매일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한다. 1인당 GDP가 3000달러 밖에 안 되는 중국을 뺨칠 정도로 더럽고 창피스럽다.

중국에서는 식품약품감독관리국 국장이 제약사들로부터 7억8000만 원의 뇌물을 챙겼다가 발각돼 2009년 7월 처형된바 있다. 중국 상인들은 가짜 계란을 만들어 팔다가 적발된 적도 있다. 껍데기는 시멘트 원료로, 흰자는 식품첨가제로, 노른자위는 가짜 흰자위에 레몬색 색소를 타서 만들었다. 가짜 쇠고기도 만들었다. 값싼 돼지고기 햄에 밀가루와 옥수수 전분 그리고 약간의 진짜 쇠고기를 섞어 제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사범을 단속하는 경찰관이 직접 마약을 거래하다가 작년 12월 검찰에 적발되었다.

자치단체의 시장과 군수 등은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몰아주고 별장을 받았는가 하면, 임자 없는 땅을 가로챘다가 들통나 쇠고랑을 차야 했다. 부장검사는 수사하던 후배 검사에게 피고소인의 “기록을 잘 살펴 달라”는 등의 청탁 대가로 3000여 만원 짜리 승용차와 16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로 금년 1월 감옥에 갔다.

서강대학에서는 연구비 수천만 원을 빼돌렸거나 동료 교수에 대해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등 비리를 저지른 교수 5명이 작년 11월 무더기 징계되었다. 서울대학에서도 교수 2명이 수천만 원의 연구비를 부정 사용한 죄로 징계에 회부되었다.

KBS 2TV, MBC SBS, 등이 맡 긴 외주(外注) 제작사들은 ‘맛집’ 프로그램에서 ‘맛집’으로 소개해 주겠다면서 300~500만 원씩 받아 챙겼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사무처장은 대한민국사진대전과 서울시사진대전에 참가한 42명으로부터 4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일부 직원들은 국민의 성금을 단란주점, 유흥주점, 노래방, 스키, 바다낚시 등 유흥비로 유용했다가 발각되기도 하였다.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경영과 불법 인출과 관련해서는 얼마나 많은 검은 돈이 오갔는지 지켜 볼 따름이다.

매일같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우리나라의 부정비리는 배고팠던 1960~70년대의 생계형 비리가 아니다. 배부른 사람들이 과소비를 위해 저지르는 21세기의 사치형 비리이다.

배가 부른 우리 국민들은 돈에 환장한 듯 싶다. 1인당 GDP 3000달러에 불과한 중국의 비리를 뺨칠 정도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세계 22위에 오른 부자 나라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과소비형 범죄라는 데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과소비 범죄가 발본색원되지 않고 확산 되어 간다면, 우리 국민들은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더더욱 과소비하기 위해 더 남을 속이고 더 법을 어기게 된다. 온 국민들이 과소비를 위한 사기와 도둑질 경쟁으로 빠져 들 수 밖에 없다.

정부, 언론, 종교계가 과소비 범죄 추방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일 때가 되었다. 생계형 범죄가 아니고 배부른 사치형이라는 데서 범 국민적인 의식 개혁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방치될 때 무너진 법·질서로 국가 생존 마저 위협받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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