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지난 4·27 재보궐 선거 의미는 손학규가 날개를 달고, 유시민이 날개를 꺾였다는 점이다. 각 여론조사에서 손학규가 13~15%의 대권 지지율을 보여 2위로 올라선 사실이 확인됐다. 곧 지지율 20%를 넘어서서 박근혜를 추격하는 모양새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세를 얻고 있다.

그동안 유시민이 노무현 후계자 이미지 덕분에 야권후보 1위를 차지했다가 이번 ‘분당대첩’을 계기로 손학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확실한 뿌리를 내린 것 같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때는 손학규 외에 마땅한 인물이 없어서 손학규를 밀었다면, 이번에는 한나라당의 아성 분당에서 한나라당이 총력을 다한 선거를 이겨 능력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손학규 상승효과는 박근혜의 호남 지지율 상승에 제동을 걸게 할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손학규로의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손학규의 한나라당 경력이 민주당 안착에는 걸림돌이 됐지만 분당대첩 후로는 유리한 작용을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친이계가 분화되어 손학규를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란 성급한 전망까지 있다. 박근혜가 MB와 대립하면 친이 세력은 부동층이 되거나 손학규를 밀수 있을 것이란 전제에서다.

둘 다 수도권 지지기반으로 손학규와 지지기반이 겹치는 오세훈과 김문수 지지층이 손쉽게 말을 갈아탈 수 있는 점이 또 하나 손학규의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여러 조건들이 손학규를 뜨게 할 것이란 야권의 포부가 크다. 내년 총선에서 박근혜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될 것이고 이 싸움에 이긴 자가 다음 대권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케 될 것이다.

손학규 존재감과 위상에 대한 변화는 그가 정치의 가장 중심에 들었다는 뜻이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지른 여론조사 결과가 말하고 있다. 관건은 손학규와 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국민의 마음에 감동을 심어줄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나가면 질 수밖에 없다는 곳에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우려를 무릅쓰고, 출사표를 던진 손학규의 모습이 야당 지지자들에게 비로소 그를 야권 지도자로 인정토록 만들었다.

현 시기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명제는 김대중과 노무현 지지로 찢어진 두 세력이 접합점을 통해 화합을 완성하는 명제다. 영남 민주세력과 호남 민주세력의 양대 축이 손학규를 꽃가마에 태울 수 있는 이유는 먼저 손학규가 호남이나 영남 그 어느 쪽에 속하지 않는, 지역색이 중화된 수도권 출신이란 점이다.

그러나 어설픈 통합 리더십의 늪에 빠져서 중도니 실용이니 하는 정체모를 가치의 포로가 될지 모른다는 의심이 있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선명성 부분에서 카리스마가 부족한 정치인 이미지가 순식간에 불식될 일도 아니다.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 야권 통합운동에 리더십을 발휘치 못하면 분당대첩으로 따놓은 점수를 도로다 까먹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은 나를 버리겠다는 진정성과 결단력이 중요하다. 국민을 감동시키는 야권대통합이 이루어지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정치지형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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