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 과정이 북한의 폭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북한은 지난 1일 국방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이명박 정권은 올 해 4월에 들어서면서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으니 제발 정상회담을 갖자’고 거듭 간청했다”고 주장했다. 남북한이 지난 5월 9일부터 비밀접촉에 나섰지만 북측은 남측이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며 비난했다.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사과는 안 된다”고 못박자 남측이 “제발 북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자”며 “애걸하였다”고 했다.

이어 국방위 대변인은 “남측이 두 사건에 대한 문제가 타결되면 5월 하순경 정상회담을 위한 장관급 회담, 6월 하순경 판문점에서 제1차 정상회담, 그로부터 두 달 뒤 평양에서 제2차 정상회담,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제3차 정상회담을 예견하고 있으니 제발 딱한 사정을 들어달라고 구걸했다”고 하였다. 또한 “남측이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자면서 돈 봉투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고…유혹하려고 꾀하다가 망신을 당했다”고 했다.

거짓말로 연명해가는 국방위 대변인의 폭로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통일부측은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하였다. 하지만 비밀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는 데서 몇 가지 짚고 넘어 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이 대통령은 국민들을 상대로 이중 플레이 하였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그는 평소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이 최소한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통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선 사과 - 후 정상회담’ 수순을 기회 있을 때 마다 강조 했다. 그렇지만 그는 앞에서는 ‘선 사과 - 후 정상회담’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뒤로는 북한으로부터 사과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비밀 접촉케 하였다. 이중 플레이었다.

둘째, 남북한 비밀접촉은 투명성을 내세운 이 대통령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남북정상회담 추진 방식과 관련해 “국민의 합의가 없는 투명하지 않은 어떤 회담도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의 합의없이 투명하지 않은 상태로 비밀리에 정상회담을 추진케 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셋째, 비밀접촉에 나선 남측 팀이 북측의 주장대로 ‘애걸’했는지는 몰라도 돈 봉투를 건넨 건 사실 같다. 돈 봉투를 건넸을 정도였다면 ‘애걸’한 것으로 보이기에 족하였다.

넷째, 남한측 실무접촉팀의 협상 능력은 아마추어 수준이 아닌가 의심케 했다. 북한측에 돈 봉투를 건네는 등 애걸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상대편에게 남측이 서두르며 회담 성사에 매달린다는 약점을 노출시킨 것으로 협상자로서는 기본을 갖추지 못한 짓이었다.

다섯째, 이 대통령은 성급히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시기가 아닌 데도 서둘렀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비밀접촉이 북으로부터 천안함·연평도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서 였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굳이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였다면 비공개로 할 필요가 없다는데서 납득할 수 없는 궁색한 변명이었다. 남북관계 중단으로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연간 3억 달러의 수입이 끊겨 다급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정상회담에 매달려야 할 급한 쪽은 북한이지 결코 남한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비밀접촉은 북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방법으로 부적절하게 접근 되었다. 정상회담 포로가 되어 이중 플레이 마저 서슴지 않으며 원칙도 전략도 없이 나섰다. 국민들로 부터는 신뢰를 잃었고 김정일에게는 얕잡혀 보여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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