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에 정권 고위 인사의 ‘검은 손길’이 개입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은진수 감사위원의 억대 수뢰가 사실로 밝혀지고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의 금품수수 혐의가 드러났다. 과연 로비 실체가 어디까지인지 초미의 관심사다. 최종 역할을 한 인물이 누구인지, 얼마나 비중 있는 인물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청와대는 이전까지 저축은행 사태를 전 노무현 정권과의 커넥션으로 봤다. 검찰의 칼끝이 현 정권 인사들을 겨누게 되자 그때서야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금감원은 깃털이고 은진수 전 감사위원은 날갯죽지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왔다. 청와대 실세나 대통령 측근들이 거론 되고 있다. 때문에 김황식 총리는 그가 말한 ‘오만 군데’가 어딘지를 빨리 밝혀야 할 일이다.

도저히 일어나선 안 될 저축은행 비리를 가능토록 만든 검은 권력의 실체가 반드시 밝혀져야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저축은행은 그동안 건전성과 투명성을 위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금융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환경이 그다지 밝지 못한 저축은행이 부실화되지 않고 서민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경영 풍토를 강력 쇄신해야한다.

저축은행 감사권, 검사권, 조사권을 가진 감사원, 금융감독원, 국세청을 비롯해 전 정부와 현 정부 인사 등이 관련돼 있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날개짓을 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복마전을 방불케 하는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몸통과 깃털까지를 모두 털어내지 못하면 ‘중수부’의 명운과 관계 될 것이다.

현직 감사위원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낳은 은진수씨는 과거 검사시절 자신이 수사했던 슬롯머신 업계 대부의 동생이 운영한 카지노 업체 감사 자리에 친형을 취업 시킨 사람이다. 금융감독원 검사역은 부산저축은행에 각종 검사정보를 빼주고 억대뇌물과 수년간 명절 떡값을 챙겼다. 국세청은 로비를 받고 세금을 줄여줬다.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핵심 권력기관 고위인사들이 망라해서 뇌물을 챙겼다. 이러고도 어떻게 나라가 안 망했나 싶을 지경이다.

비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예금을 맡긴 고객들이 뒤집어썼다. 예금 보장 한도액인 1인당 5,000만원 이상을 맡긴 피해자가 4만명에 육박한다. ‘빽’ 좋은 사람들은 미리 돈을 빼가고 힘없는 서민들만 녹아 났다. 이 대통령은 자신은 평지만을 걸었기 때문에 내려갈 일이 없다고 했다. 행복한 퇴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는 말을 해왔다.

그러나 비리와 부패의 종기가 여기저기서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권력에 빌붙어 지낸 인사들은 빠져나갈 궁리만 할 것이다. 대통령은 며칠 전 라디오 연설에서 저축은행 비리사태와 관련해 “서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크게 분노하고 있다”면서 “정말 가슴 아프고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지만 각론의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저축은행 비리 관련자를 색출하고 엄단 하는 것만으로 피해자들의 한을 풀 수 없다. 땅을 치고 통곡하는 서민 피해자들에겐 현실적인 피해대책만이 눈에 들어 올 것이다. ‘권력형 게이트’는 우리사회의 불공정하고 추악한 토양을 쓸어 담아 폐기처분하는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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