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야당은 지난 6월 3일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검찰소위에서 검찰의 중앙수사부 폐지를 법제화하는 방안에 전격 합의하였다. 중수부 폐지 이유는 검찰수사권의 남용을 막고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기 위한데 있다고 했다.

지난날 검찰은 일부 수사권 남용과 정치적 중립성 훼손으로 비판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수부는 살아있는 권력과 큰 돈을 믿고 설쳐대는 특권층 비리 척결을 위해 결코 폐지되어서는 안된다.

1981년 설치된 중수부는 전두환 대통령 처 삼촌인 이규광씨의 처재 장영자씨 부부를 금융사기 혐으로 수사해 쇠고랑을 채웠다. 또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부정축재로 감옥에 보냈으며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을 대북 사업과 관련,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수사하였고 결국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자살하였다. 김영삼 대통령 아들 김현철 씨의 비리를 밝혀내 감옥으로 보냈으며 청와대의 압력을 물리치고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도 오랏줄로 묶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금품 비리와 관련해 수사를 받았으며 그는 수사망이 좁혀들자 자살하였다.

중수부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서울중앙지검이나 관할 검찰 지검의 특수부가 담당케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특수부는 일반 형사사건 수사에 맞춰진 조직이라는데서 중수부의 역할을 대신하기엔 벅차고 일반 형사사건 처리를 지체시킨다. 상설특별검사제로도 대신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특검제는 지난 날 입증되었듯이 수사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 맡겨도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옥상옥(屋上屋)의 충첩일 따름이다.

그런데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중수부를 없애버리자고 한다. 더욱이 ‘서민 정당’이라고 내세우는 민주당이 서민을 보호하고 권력과 금력의 특권층 비리를 단죄하는 중수부를 폐지하자며 앞장선다는 데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회의 중수부 폐지 추진에는 떳떳하지 못한 저의가 깔려있는 것 같다. 여야 전 현직 국회의원 10여 명이 저축은행권 비리에 연루되었다는데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케 한다. 사법개혁의 명분을 내세워 중수부를 무력화 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케 한다. 그밖에도 그동안 비리 국회의원들을 가차없이 잡아들인 중수부가 미워서 그런지도 모른다. 실상 지난 10년간 중수부가 기소한 국회의원은 93명이나 된다. 연간 9명 꼴로서 국회의원들에게는 두렵고 미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중수부의 기소 통계 자료이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 대다수가 중수부 존치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데서 폐지 보다는 기능 보강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여야 정치권은 대한민국을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가 자성(自省)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국가를 위한 것 보다는 개인의 세비 인상에나 적극 나섰고 퇴임 후 65세가 지나면 월 120만 원씩 받아챙기는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이나 통과시키는데 열을 올렸다. 국회가 열리면 막가는 폭로 전쟁이나 일삼았고 국회의사당을 깡패 난투장으로 전락시켰다. 정쟁(政爭)과 육탄 저지로 시급한 민생법안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중대 법안들을 내팽개쳤다. 실제 실현 가능하지도 않은 ‘반값 등록금’이나 불쑥 내걸어 학생들을 동맹휴학으로 내몬다. 성난 시민은 “국회를 폭파하겠다”고 전화 협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법을 만드는 의원들은 법대로 자신들을 잡아다 쇠고랑을 채우는 중수부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국익 보다는 내 사익부터 챙기는 자신들의 잘 못부터 냉철하게 자성(自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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