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초 국회 ‘사법개혁특별위’가 전격 합의 발표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기능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무엇보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로비 의혹에 대한 중수부의 칼날이 정치권을 겨눈 상황에서 나온 합의인 탓에 검찰은 “상륙작전 중에 사령부를 해체하자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나는 중수부 폐지와 관련해 검찰 측의 대응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국회의 발표 시점이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고, 사개특위가 꼬박 1년 4개월간 사법개혁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특별수사청 신설과 대법관 증원 등 핵심 사안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느닷없이 중수부 폐지를 합의해 놓고 “중수부 폐지는 이미 두 달 전에 결정됐던 일”이라고 주장하는 점이 못마땅하다.

발표시점의 적절성 시비는 저축은행 수사가 현재 정·관계 인사들의 부패 커넥션을 향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관련 정치인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중수부 폐지 합의 발표는 정치권이 ‘자기 보호’를 위해 야합했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정치권은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보듬는 자세로 정치적 공방을 자제하면서 당분간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했다.

검찰 입장은 거악척결이라는 중수부의 존재이유를 되새기며 성역 없는 수사에 매진해서 ‘항해가 잘못되면 선장이 책임진다’는 확실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서민 예금을 담보로 별별 짓을 다 저지른 부도덕한 금융 자본가들과 대가를 받고 이를 은폐하고 비호한자들을 모조리 밝혀야 된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검찰 수사권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 모색이지 즉각적인 중수부 폐지의 뜻이 아니다. 중수부 존폐는 사법제도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요소들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이 중요한 국가제도의 핵심구조가 어느 정파나 특정 이해 층의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없다.

검찰권 행사는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기초해야 하는 까닭에 법이 정하지 않은 정치, 경제적 이해나 사회적 영향력 등의 기준을 추종하는 검찰권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 이 같은 원칙이 자주 퇴색 된 것은 검찰권과 정치권력이 유착해 왔기 때문이다. 결국 대검 중수부의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확보하느냐의 과제일 뿐 제도의 존재이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할 이유는 없다.

대검 중수부의 특수기능은 오히려 그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정치권력에 의한 중수부의 수사권 남용보다 수사권 제약을 걱정해야 할 사안이 많다. 때문에 검찰은 이번 저축은행 사건에서 추호의 성역도 남기지 말고 완벽하게 전모를 밝혀 대검 중수부의 존재 이유를 국민 앞에 입증해야 한다.

부산저축은행이 문제가 아니라 삼화저축은행의 비리가 터지면 정치권이 온통 쑥대밭이 될 것이란 소문이 자자하다.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사들 중에는 국민이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 많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