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 두둔’ 발언이 역풍을 맞았다. “누구 마음대로 끝이냐”며 오만하다는 지적이 팽배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박근혜 씨의 끝없는 특권의식을 확인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일반 국민들도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끝인가, 아니면 박지만 씨만 적용받는 특별한 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정책위의장도 “공식석상이 아닌 자리에서 동생의 말만 듣고 끝났다고 하는 것은 당당하지 않은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당당하다면 박지만 씨를 자진 출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만 씨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이 가깝게 아는 사이일 뿐 아니라 지만 씨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가 불법 대출과 부실 운영으로 영업 정지된 삼화저축은행 법률고문으로 최근까지 2년간 고문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물론 박 전 대표는 동생 지만 씨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로비 연루설과 무관하다는 판단을 해서 그렇게 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그동안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많은 정, 관, 재계 인사들이 비리에 연루되면 일단 결백을 주장하고 웃는 얼굴로 검찰에 나가 구속되는 사건을 수없이 봐온 터다. 해당기관이 거짓말을 믿고 대변하다가 망신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면 박 전 대표는 “동생이 말했으니 그걸로 끝”이라고 일축할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혹을 해명하는 방법을 취해야 마땅했다. 한국사회의 박근혜 영향력은 실로 대단해졌다. 그걸 모를 사람이 없다. 여차하면 오만해 보일 수 있다. 박지만 씨 문제는 박 전 대표가 ‘끝난 것’이라고 해서 끝난 상황이 될 수 없다. 국민이 결백하다고 인정할 때 끝이 난다.

박 전 대표가 각 여론조사마다 부동의 1위지만 국민을 무서워해 살얼음판을 나가듯 조심해야 할 시점이다. 지키기는 어렵고 추락하기는 쉬운 법이다. 야당은 내년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박근혜가 국민의 의구심을 가볍게 여기는 오만한 정치인으로 낙인찍으려 한다. 평소 매우 절제된 단답식 표현을 쓰는 박 전 대표로서는 동생 문제를 길게 설명할 일이 아니라고 여길 수 있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이 정치권에 돈을 뿌리며 ‘끈’을 만들려고 애썼던 점을 통찰 못한 채 말이다. 또한 지만 씨 부인 서향희 씨가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였던 사실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 안한 채 말이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신뢰와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가꾸면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는 혐오감을 나타냈다.

이번 동생 관련해서도 일일이 대응하고 해명할 필요를 못 느낄 수 있으나 정치지도자가 어떤 의혹의 불씨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은 구차한 게 아니라 신뢰를 얻는 일임을 판단해야 옳다. 그동안 박 전 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던 언론이 동시에 박 전 대표를 깎아 내리는 보기 드문 일이 우연하게 빚어진 일이 아니다. ‘대세론’이 증가 되면 ‘견제론’이 커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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