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문에 교수 채용 대가로 돈을 받고 주름살 제거 시술을 공짜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지방 모 대학 전 총장 김 모 씨가 실형 선고 받은 사실이 보도됐다. 재판부는 대학총장 지위를 남용해 교원 채용대가로 돈을 받고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데도 범행을 부인하고 수사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같은 지방의 또 다른 모 대학 총장 부부는 가사도우미를 이 대학 청소용역업체 직원으로 채용한 뒤 집에서 가사를 시켜 학교 예산을 빼냈다고 한다. 어느 대학교 교수는 조교와 짜고 학생 장학금 일부를 떼먹다 적발되기도 했다. 학생들은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 연일 투쟁을 벌이는 사이 총장과 교수라는 사람들은 눈먼 돈 챙기기 바빴다.

어떤 지방 국립대학에서는 총학생회장단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획 업체로부터 사례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전국의 모든 대학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만도 하다. 지금 한국사회는 ‘반값등록금’ 마법에 걸려있다. 해법을 찾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고 서울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일련의 대학비리는 학교 측과 총학생회가 투명하고 알찬 재정운영만 하면 반값등록금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온갖 비리로 얼룩진 총장 선거와 연구비 횡령 등 방만한 학교운영은 말할 것 없고, 주차장 및 식당 운영규정 협상이나 앨범 등 업자와의 결탁,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같은 각종 축제 예산집행 등의 학생회 비리가 상존해 있는 우리대학의 현실이다.

최근 감사원이 사립대의 재정 운영 상태를 감사하겠다고 하자 4년제 대학 총장모임인 대학교육협의회가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학들은 고등교육비 국가지원 규모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0.6%로 OECD 평균 1%에 한참 못 미친다는 주장이다. 이 국가 지원 외에 개인부담 등록금과 기업의 기부금, 연구지원금으로 대학에 주는 돈 1.9%를 합하면 국내 대학들이 실제로 받아쓰는 공교육비 규모는 GDP의 0.6%가 아니라 2.4%다. 미국(3.1%) 다음의 세계 2위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학 지원방식이 우수대학 선택 및 집중을 할 수 없어 밑 빠진 독 같은 부실대학의 ‘구명주’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이 국, 공립대에 치우쳐 사립대를 홀대한다는 주장도 틀린 말이다. 대학들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에게서 지원받는 연구지원비는 산학협력단 회계라는 별도 계정으로 들어간다. 이것을 포함해 2009년 한해 사립대가 실제로 받은 정부지원금은 전체 예산의 11.6%에 이른다.

학생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사학재단들이 재정을 조금만 더 정직하고 알뜰하게 운영하면 등록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사학법인의 3분의 2가량이 설립자의 가족이나 친인척 등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실상이다. 사학의 족벌 경영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대학 산하 초·중·고까지 포함할 경우 5명 이상의 친인척이 근무하는 학교재단이 22곳이나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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