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교 교실에서 빚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학생 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교사들이 불량한 수업태도를 보이는 학생을 애써 외면하려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웬만하면 문제 아이들을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는 교사들 고백이다.

이는 교사들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제재 수단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교사도 한 직장인으로서 더 이상 피곤한 상황에 빠지고 싶지 않은 심리에서다. 연간 2~3개월 방학에 이제 주5일 근무까지 보장받는 직장인으로서 안주하려는 생각이 강한 것이다.

최근 또 한 교사가 고등학생들의 중간고사 답안지를 고쳐주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객관성, 합리성이 전제돼야 할 평가 영역에서 교사의 빗나간 ‘온정주의’가 발휘되는 이 중대한 교육 탈선행위가 우리교육현장에 관행처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같잖은 짓이 학생을 아끼는 교사의 마음으로 치부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교사의 차별적 사랑은 상처받은 학생을 보듬을 때나, 불우한 학생에게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낼 때 충분히 허용될 수 있다. 이를 수긍하지 못할 학생 학부모가 없겠으나 시험에서만큼은 평등 교육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학생이 교사를 깔보는 세태는 여성 교사들이 교단의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심해졌다. 특히 부임한지 얼마 안 되는 여성 교사를 함부로 대한다.

폭행을 가하고 성희롱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여성교사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시험시간 커닝도 여성교사 감독 시간에 주로 한다. 중학교 여교사가 학급 학생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했다가 “젊은 네가 애를 낳아봤나, 키워봤나, 애가 너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죽겠다고 한다. 가만히 안 두겠다”며 담임 맡은 학부모에게 봉변을 당하는 판국이다. 이런 상황에도 통제할 수단이 없다.

교권의 날개 없는 추락은 저잣거리에서도 보기 어려운 일들이 학교에서 행해진다. 학생이 여교사의 머리채나 멱살을 쥐고 흔들거나 욕설을 퍼붓고 주먹을 휘둘러 얼굴에 타박상 입히는 행동이 예삿일이 돼 버렸다. 교사가 학생한테 폭행당한 사건이 작년에 108건이었다. 쉬쉬해 묻어버린 사건이 몇 곱절은 될 것이다. 피해를 대비해 보험에 드는 교사가 늘어난 실정이다.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교사의 권리를 지키고자 교권보호법을 제정해 달라고 청원하는 세상이 됐다. 교총이 주도하는 이 법의 입법청원에 교사 20만 명이 서명했다. 이 판에 전교조 성향 교육감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체벌 전면금지를 시행한데 이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체벌금지, 복장 및 두발 자율화, 야간 자율학습, 보충수업 제한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올 1학기부터 시행하고 있다.

두 교육감이 진보 좌파의 대표 주자 자리를 놓고 ‘학생인권’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서 학교 현장은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 두 교육감은 수업 방해하는 아이들의 인권만 인권이 아니고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인권도 인권이라는 사실을 등한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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