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4선의원인 홍준표 후보가 새 대표로 선출됐다. 한나라당으로선 지도부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내년 양대 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에 전력투구할 기반을 구축한 의미다.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로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의식한 당원 및 대의원단의 표가 무 계파로 분류되는 홍준표 후보에게 많이 쏠렸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작금의 한나라당 처지가 매우 엄중하다는 사실이다. 다 알다시피 한나라당은 지난 4.27 재보선 참패 후 사분오열해 극심한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청와대만 바라보던 해바라기 성향의 친이계 주류가 뿔뿔이 흩어지면서 구심점이 없어진 건 말할 나위 없고, 정당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정체성마저 모연해졌다.

한나라당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국민에게 뭘 보여줄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중구난방으로 벌어지는 포플리즘 경쟁을 방치해 놓으면 온 나라가 벌집 쑤셔 놓은 듯 될 수 있다. ‘재벌, 부자정권’ 이미지를 벗어던지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대중인기에 영합해 표를 구걸하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은 없어야한다.

국내 경제사정의 급속한 악화는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넘어선 상태이고 물가급등, 빈부격차 심화, 일자리 부족은 서민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홍 대표는 당장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에서 민생 현안들을 제대로 다루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또 한나라당 내부에선 계파관계를 조율하는 문제가 핵심의 과제다. 야당과의 관계에선 한·미 FTA 비준 등에서 초당적 협력을 끌어내는 정치 수완이 발휘돼야 할 것이다.

정권 말 권력누수는 불가피하다.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이 수사권 조정에 대한 불만으로 사표를 던지는 마당이다. 집권당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한나라당이 진흙밭 계파싸움을 벌이게 된 결정적 출발점은 지난 2008년 총선 공천 당시 친이부대의 독주였다. 내년 총선 공천은 절대로 공정해야 한다.

계파를 초월한 공천혁명의 정신이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으로 이어져야 된다. 이제 한나라당은 홍준표 새 대표를 맞아 황우여 원내대표와 함께 신주류 투톱 시스템이 구축됐다. 주도권 싸움이 일어나면 안 된다.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야한다. 전임 안상수 대표체제가 당시 최고위원이던 홍 대표를 포함해 몇몇 최고위원들에 의해 흔들렸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특히 홍 대표를 비롯 새 지도부가 40~50대로 젊다는 점은 인재를 키우는 길이 된다. 긴 세월 기존 정당들이 못해본 젊은 리더십 실험이 시작됐다. 한나라당이나 국민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주목 되는 점은 기염을 토하며 홍 대표 다음으로 새 지도부에 입성한 유승민 최고위원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총선, 대선을 치러야 하고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만큼 당의 차별화를 청와대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다.

경우에 따라선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 긴장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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