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잡는다는 대한민국 해병대 병사가 전우를 향해 총격을 가해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얼마 전 일어났다. 가슴에 심한 구타 흔적이 있는 해병대 병사가 영내에서 목매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학업과 생업을 중단하고 나라를 지키고자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이 동료가 무차별 가한 총격에 숨지고 다쳤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애간장이 녹아들었을 것이다.

이 사건이 단순히 문제 사병 한명이 저지른 돌발 사고로 치부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정황 때문이다. 사고병사는 이미 입대 전에 인성검사에서 위험도가 높거나 군 부대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병사들을 일컫는 ‘관심사병’으로 분류됐다. 당연히 적절한 보살핌과 관리를 받아야 했다. 이런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가 10%가 넘는다는 국방부 조사 보고가 있었다.

군내 자살사고나 총기사고가 대부분 이에 기인한다고 했다. 부적응 병사들은 군 입대 전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입대 후 선임병들의 구타나 가혹행위의 폭력적 문화로 인한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부적응 병사들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털어놓고 상담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심리상담사가 있다지만 형식에 불과한 실정이다.

심리적 위기를 겪는 ‘관심사병’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관리 구축이 시급해졌다. 이대로는 아들을 군에 보내기가 겁날 것이다. 사고를 낸 병사는 자술서에 “더 이상 구타, 왕따, 기수 열외가 없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 문제의 피해자는 육체적 고통과 인격 모욕을 포함해 이중삼중의 반인권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신세대 병사들은 다가 귀하게 자라서 구타나 인격적인 모욕을 견디지 못한다. 그럼에도 해병대는 전통의 강압적 병영문화를 고수해 왔다. 나름대로 강력한 전투력과 단결력을 자랑해 온 그 이면에 빗나간 조직문화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 그릇된 문화를 온전케 한 것은 군기유지를 이유로 군 폭력 행위에 관대한 해병대 지휘부였다.

군 쪽에서는 벌써 사건 사고의 구조적 배경 보다는 사고를 낸 병사의 개인적 성향 탓으로 초점을 돌리려는 온당치 못한 낌새가 보인다. 최근의 해병대 사고는 초병들이 민항기를 향해 오인사격을 했는가 하면, 지휘부 장군들이 진급문제를 놓고 서로 비방하다 구속되는 추문까지 빚었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안보를 강화한다고 요란을 떤 결과가 고작 그랬다.

해병대는 6.25 남침전쟁과 월남전쟁을 통해 강한 전투력과 끈끈한 전우애를 발휘했다. 또 불굴의 충성심을 보여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불패의 신화와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 우리 젊은이들이 ‘가장 가고 싶은 군대’ 된 이유다. 정부와 군 당국은 해병대 명예를 반드시 지켜야 하며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키 위해 입대하는 군 장병들과 그 가족들은 국가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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