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앞으로 5~10년에 걸쳐 통일비용으로 50조 원을 조성키로 하고 구체적인 재원조성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한다. 50조 원은 우리나라 연간 예산 300조 원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기약 없는 미래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한가로운 통일비용 조성이 아니다. 날로 증대되는 북한의 군사도발과 남한 내부 종북좌익 분자들의 적화위협에 맞서 자유민주체제를 보존 육성할 수 있는 자유민주체제 유지 비용이다.

정부는 통일비용 재원 조달을 위해 두 가지를 병행키로 했다. 기존의 남북협력기금을 ‘통일기금’으로 바꿔 재원을 늘려가며, ‘통일세’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조성된 남북협력기금 1조1000억 원 중 집행되지 않은 1조 원을 불용액으로 처리, 매년 국고로 반환하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1조 원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통일재원으로 적립하며 다음 연도의 남북협력기금은 별도로 편성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통일세를 신설해 거둬들인다고 한다.

첫째, 정부의 통일기금 조성은 국정의 우선순위를 뒤집은 처사라는 데서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날 우리나라는 날로 대담해지고 악랄해지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군의 군비증강과 최첨단 무기체계 도입 등이 시급하다.

작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국군의 K-9 자주포는 6문중 3문이 고장나 있었고, 분 당 6발씩 쏜다던 것이 고작 1분30초만에 한 발이 나갈 정도였다. 통일기금으로 쌓아 둘 돈이 있으면 당장 국군의 낡은 무기체계부터 보완해 북한의 도발을 봉쇄해야 한다.

둘째, 한국은 세계 13대 경제대국이고 1인당 국민소득(GNP)이 2만 달러에 이르렀지만, 극심한 빈부격차로 계층간 갈등이 심화되어 있다. 정부도 “친 서민 정책”이니 하며 저소득층과 영세기업 지원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10%대나 되고,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액은 작년부터 연간 2조 원을 넘어섰다.

통일기금 50조 원 비축 보다는 일 자리 창출, 저소득층과 영세기업 지원, 연금적자 보전,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이 더 시급하다.

셋째, 우리나라는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첨단기술 개발, 항만 시설과 고속도 건설,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이 요구된다. 작년 준공된 새만금 방제조 준공으로 서울 면적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새 국토가 늘어났다. 방조제 공사 비용은 2조9000억 원이었다.

통일기금 50조 원은 새만금 방조제를 17개나 더 지을 수 있는 돈이다. 50조 원은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풀어 국부 창출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

독일 처럼 국부를 먼저 키워야 만이 통일된 뒤에도 통일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독일은 요란하게 통일비용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통일 후 독일은 통일 전에 다져놓은 튼튼한 경제기반으로 어려운 상태에서도 잘 대처해 가고 있다.

넷째, 아직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는 취약한 부분을 많이 안고 있다. 증대되는 극빈층, 사회 각 분야로 침투하는 종북좌익 세력, 시장경쟁에서 낙오된 불만세력, 등은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 세력이다.

통일기금 비축 보다는 그 돈으로 체제의 취약 분야부터 보완하는 것이 더 급하다. 통일기금 마련한다며 손 써야 할 부분을 외면한다면, 정치·경제·사회적 불만 계층을 키워, 도리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가 전복될 수도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통일기금 조성은 국정운영의 우선순위에 크게 역행 한다. 급한 것은 통일기금 조성이 아니라 자유민주체제 안정과 유지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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