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 승부조작 쓰나미가 몰아치면서 ‘상주 상무’의 수난이 시작됐다. 상무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를 받아 구속되거나 불구속 기소된 숫자가 도합 9명이다. 그 후폭풍은 K리그 퇴출론에 팀 해체론까지 불어 닥쳤다. 사건 모두가 지난해의 일이다. 상주가 억울해 할 수 밖에 없다.

축구를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브랜드와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상주시의 야심찬 계획에 찬 서리가 쏟아진 형국이다. 만만찮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활기차게 프로축구팀 창단을 추진했던 구단주인 성백영 시장은 완전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승부조작 쓰나미가 밀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낙후된 시골도시에 축구열풍이 일어나 지역자긍심을 고취시켰다.

상주시와 상무 축구단은 내년 시즌까지 연고 계약을 맺고 있다. K리그가 조기 퇴출이라도 당하는 사태가 빚어지면 축구계는 물론 상주시의 타격이 엄청나다. 프로연맹이 직접 나서 내년 시즌까지 상주의 K리그 안착을 보장하는 약속을 해야 한다. 상주 시민들이 나타낸 열정에 화답해야 하는 것이다. 상무 구단이 한국축구에 기여한 공로를 봐서도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잘못이 있다고 공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무 창단 이전 촉망되는 선수들이 한참 기량을 쌓아야할 시기에 병역의무에 가로막혀 선수생활을 접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상무가 존재해서 그나마 기량 뛰어난 선수들이 한국축구의 명맥을 유지토록 해온 사실을 누구나 부인 하지 못한다. 한국대표팀을 비롯한 프로구단들이 상무의 혜택을 직접 아니면 간접이라도 입지 않았다고 말 할 수 없는 처지다.

만약 상무가 없었다면 대부분 선수들이 입대 만기 연령이 되면 선수생명을 끝내야 했을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적극 나서 상무를 끝까지 지켜줘야 할 직접적인 이유가 된다. 한창 좋은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의 병역 고민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무는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에 분명한 기여를 했다.

최근 김현수 국군체육부대장은 “타 구단이 상무에 질 낮은 선수들을 보내놓고 외면하는데 상무는 이들을 관리한 죄로 이 지경에 내몰렸다”며 상무는 그들 요구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K리그를 떠나겠다고 했다. 말하자면 “타 구단 선수들도 부정을 저질렀는데 왜 우리만 매도하느냐”는 항변이다. 이는 자정 의지에 앞서 상무 팬들을 여지없이 실망시키는 말이다.

상무가 K리그에서 사라지면 일부 군미필 해외파 선수들은 기량을 꽃피워야할 나이에 갈 곳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다. 더 중요한 것은 ‘승부조작’이라는 한국축구역사 전대미문의 범죄행위에 관한 성찰이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군인으로서의 책임까지 망각할 권리가 상무에게 있지 않다. 또 밝고 정정당당한 곳으로 믿었던 스포츠 세계에 대한 국민실망을 어떻게 추렴 할 것인가.

무작정한 상무 퇴출론은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짓이다. 축구계가 상무를 희생양으로 삼아 일시적으로 도피 할 국민 배신하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고민하지 않으면 한국축구는 회복불능의 손실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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