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찍고’ 보수 小 통합으로 총선승리 초석 다진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최근 보수진영이 ‘북한 목선 귀순사건’과 관련 정부여당을 향해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협력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보수 정계개편 시나리오의 서막이라고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이 가장 큰 세력을 이루겠지만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그동안 국회 마비에 가려졌을 뿐 완전히 아물지 않아 일부 세력이 갈라설 전망이다. 한국당 역시 홍문종 의원이 탈당과 계파 갈등 논란 등 ‘당심’을 진정시키고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보수통합’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백승주 자유한국당(오른쪽) 의원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북한 선박 입항 사건의 청와대·국방부 등 은폐·축소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백승주 자유한국당(오른쪽) 의원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북한 선박 입항 사건의 청와대·국방부 등 은폐·축소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주대환 혁신위까지 무산된 바른미래당... 보수통합 주도권은 바른정당계 손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 1일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승주 한국당 의원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함께 국회 의안과를 방문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요구서에 “북한 동력 선박이 우리 군과 해경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삼척항에 입항한 사건에 대해 군의 경계 작전 실패, 미흡한 초기 대응조치, 국방부 등 부처의 일관되지 못한 사실관계 확인 및 입장 발표, 정부합동신문 등에 대해 한 점의 의혹 없이 진실을 규명하고자 한다”며 국회 국정조사 목적을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북한 목선 관련 정부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군의 경계 작전에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언론을 통해 관련 사실을 알리는 과정을 살펴본 결과, 사실을 축소·은폐하려던 정황은 없었으나 초기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해 충분하고 정확한 설명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황교안, 당 내외 인사 접촉·나경원, 원내대표 간 협상

이에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는 예상했던 대로 청와대 각본·연출의 퍼포먼스에 불과했다”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안보라인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연설에서 “경계실패에 이어 은폐·조작 의혹까지 사실로 확인된 이 마당에 청와대와 국방부가 죄가 없다고 우기고 나섰는데도,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미루고 진상규명을 회피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정 안보실장과 정 장관을 향해 “즉각 자진 사퇴하라.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실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오 원내대표의 연설을 듣고 “많이 공감한다.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달 20일 관훈클럽 토론회 중 “문 정권이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과 달리 가고 있어서 큰 틀에서 우파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바른미래당과 먼저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당의 형태라든지 인적 숫자도 바른미래당이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공조가 보수 통합의 첫단추가 아니냐는 해석과 더불어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으로 국회 주도권 위한 계산으로 보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북한 목선 국정조사는 들어줄 수 없는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야당이 계속 압박한다면 추경 등을 통과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은 이 원내대표도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다.

나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을 향한 러브콜을 보냄과 동시에 황교안 대표는 당 안팎으로 주요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일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한국당 진로에 대해 논의했고 이에 앞서 8선의 친박계 서청원 의원을 만나고 비박계 김무성 의원과 만찬을 함께 했다. 또 지난 4일에는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고 이어 5일에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만나 보수 통합등 당의 미래에 대해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계파갈등을 봉합해 보수통합 세력 구축에 나섰다는 평가다. 한국당을 탈당한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가 지난 탈당 기자회견에 이어 최근 태극기 집회에서 “한국당을 탈당할 때 수천 명의 평당원이 몰려온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2000명씩 우리공화당으로 몰려온다”며 “중진 국회의원 및 도지사와 시장 등이 입당을 예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국당을 흔들고 있다. 현재 한국당 내 의원들은 찻잔속의 태풍일 뿐이라고 하지만 신경쓰이는 게 사실이다. 또한 한국당 주요 인사를 놓고 계파갈등 논란이 일어나기도 해 보수통합으로 세력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끝나지 않는 ‘내홍’ 통합 불씨 되살릴까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 사퇴’를 두고 잠시 휴전상태였던 당내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오 원내대표가 이뤄낸 교섭단체 3당의 합의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심상정 위원장을 교체키로 한 것에 손 대표가 민주평화당·정의당 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이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기자회견에 “원내대표 간 어렵게 낸 합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당대표의 월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일로 아직까지 대표와 원내대표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내홍을 진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목적으로 시작된 혁신위가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사퇴하며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주 위원장은 지난 11일 “혁신위 활동 중에 제가 본 건 계파 갈등의 재현이었다”며 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혁신위원장 제안을 받았을 때 큰 기대를 가졌다. 몇 달간의 계파 갈등을 멈추고 미래를 향해 비전을 마련하려고 하니 당의 발전 전략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했다”며 “매우 크게 실망했고 특히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대해 크게 분노를 느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주대환 혁신위’는 주 위원장의 제안으로 혁신위원을 40대 이하 청년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구성과정에서부터 혁신위원의 인선 등을 놓고 당권파와 퇴진파 양측 간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혁신위는 지난 10일 오후부터 진행된 제5차 회의에서 손대표 체제의 다음 총선 승리 비전 확인과 손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재신임을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평가 및 판단을 하는 3단계 계획에 따른 혁신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설익은 합의다. 무슨 당 미래 발전 전략이 있나. 당 혁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당초 바른미래당은 당내 최다선인 정병국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하는 전권 혁신위원회를 제시했지만 손 대표가 이를 거부하며 자신의 측근인 주 위원장을 앉혔다. 주 위원장은 자신의 제안대로 구성한 혁신위에서마저 ‘손 대표 퇴진’ 의견이 나오자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당권파 추천인 김소연 위원도 주 위원장을 따라 사퇴했다. 하지만 이기인 혁신위원회 대변인은 “주 위원장 사퇴로 혁신위 업무를 그만둘 수 없기에 개인적 사퇴일 뿐 혁신위 의견이 아니다”며 “총선승리와 정권심판을 위한 막중한 책무를 허무하게 내려놓을 수 없다”며 혁신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의 사퇴 후에도 혁신위가 가동하게 된다면 손 대표 퇴진파에서 이를 문제삼아 정병국 혁신위 카드를 다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손 대표와 함께 당권파의 입지가 좁아져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해 한국당과의 통합을 앞당길 수 있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다음 총선에 다른 당과의 통합·연대 없이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나설 것을 결의했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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