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순 교수
송종순 교수

당신들은 당신의 자녀들을 무엇보다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당신들은 그들의 눈앞에서 그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최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 모인 190개국 대표들을 향해서 그레타 툰레비라는 15살의 스웨덴 소녀가 한 연설의 내용이다. 또한 툰베리는 지난 25년간 이 회의에 참석한 많은 사람이 세계 지도자들에게 탄소 배출을 중단하자고 호소했지만, 현재까지 탄소배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190개국 대표들을 도둑이라고 비난했다. 우리나라도 석탄 사용이 오히려 증가하여 기후악당이라고 공격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 감축처럼 미래의 중요한 사안이지만 아직까지 결론에 이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처럼 현재의 필요한 시점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 단기적으로는 원자력발전소의 운전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최종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15년 이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고준위폐기물관리 기본 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국회에서의 논의를 거쳐 법제화될 예정이었지만 무산되었고 이후 현정부 들어와서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재공론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재검토준비단의 활동이 있었고 그 결과가 정부에 제출되어 이제 본 재검토 위원회의 구성 및 활동을 앞두고 있다.

공론화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공론화 결과가 이전 정부 때 나온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으며, 공론화 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한 갈등도 존재하며, 무엇보다 관련 논의가 자칫 일방적으로 진행된 측면도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성격이 명백히 다른 단기저장 이슈와 최종관리방안을 각각 최선의 방법으로 논의할 수 있는 별도의 논의 구조는 불필요한 지연을 막기 위해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외국의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공론화의 사례를 분석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의회를 통한 국민합의 과정을 거치는 사례로 프랑스는 고준위폐기물 처분의 타당성 확인과 국민합의를 위하여 1991년 고준위폐기물법을 제정하였는데, 15년간의 심층처분, 지상저장, 소멸처리에 관한 연구 수행결과를 2006년 의회에 제출하여 최종 결정하였다.

둘째, 단기간에 전문가집단뿐 아니라 다수 국민의 의견수렴을 거쳐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저장한 후 심층처분하는 근거를 확보한 사례로 캐나다는 2002년 사용후핵연료법을 제정하고 공론화를 통한 의견수렴을 위한 전담기구를 설립하다. 3년간의 준비를 거쳐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하고, 기술적으로 건전하며,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인 사용후핵연료의 장기 관리방안을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제시한 것이다.

셋째, 사용후핵연료의 심층처분을 국가정책으로 확정한 후 법적 근거를 가지고 처분장의 부지를 확보하여 추진하는 사례로 스웨덴, 핀란드는 부지의 타당성 확인과정에 지역사회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지역주민들과의 실질적인 대화를 통하여 지역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최종 부지를 확보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두 번째 방식의 영국이나 캐나다 사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공론화 결과를 다시 한 번 짚어보면 공론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 정책에 대한 과학기술적 검토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의 채택과 추진과정에 대한 신뢰이며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공론화의 핵심일 수 있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필요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마련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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