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선수를 교체하면서 일전을 준비했다. 그런데 역시 우려했던 현상이 일어났다. 인사청문회를 주관한 법사위 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소속 주광덕, 김진태, 이은재, 장제원, 김도읍 의원 등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국회선진화법으로 수사대상에 오른 인물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김진태 의원이 그나마 뉴스타파에서 공개한 윤 후보자의 증언을 토대로 거짓 해명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법적 처벌 근거가 약해 정치공세로 폄하돼 버렸다. 무엇보다 정치권과 국민들이 주목한 인사는 여상규 위원장과 이은재 의원이었다. 여 위원장은 한국당에서 알아주는 강골에다 감정적인 언사로 유명하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주재하면서 막판 몇 십분을 제외한 시종일관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회의를 주재해 한국당 출신 위원장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여 위원장은 같은당 엄용수, 정갑윤, 이양수 의원과 함께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불법감금한 혐의로 고발당한 상황이다. 선진화법에 따르면 최소한 검찰 기소가 유력한 인사다.

그런데 검찰의 최고 수장인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은재 의원 역시 당내 윽박지르기대명사로 상대방을 면박 주는데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016831, 그는 조윤선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에게 사퇴하라고 반복으로 요구한 동영상이 화제가 됐고 사퇴하세요는 정치권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하지만 이 의원 역시 이번 청문회에서 자료제출 부실을 집중 부각했다. 그리고 청문회가 끝난 이후 윤 후보자에 대해 한국당 인사청문위원들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자진사퇴하라고 했다. 이 의원 역시 선진화법으로 고발됐는데 그 내용이 팩스로 접수된 법안을 빼앗아 파손한 혐의(공용서류등의 무효)가 포함됐다. 문서 파기 역시 중범죄로 이 의원 역시 검찰 기소를 피하기 힘들다.

선진화법으로 고발된 한국당 50여명의 목줄을 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를 알게모르게 의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말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정상화 합의문에 서명을 하고 왔을 때 한국당 의원들이 의총에서 집단 반발한 배경이 선진화법에 고발된 건에 대해 나 원내대표가 여당 원내대표에게 일언반구 하지 않고 빈손으로 온 것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 입장에서 특히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고발건에 대해 의원을 대표하는 원내대표가 빅딜은 커녕 스몰딜도 못하고 온 것에 대한 분풀이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흘후 국회정상화에 합의했지만 실제로 여당과 무더기 선진화법 고발건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는 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선진화법이 향후 여야 협상을 벌일 때마다 한국당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높다는 점이다. 황교안 당 대표도 마음이 편치 않다. 잘 모르는 비정치권 인사들은 손 안대고 코푼 격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공천 칼날을 휘두를 필요 없이 검찰의 손을 빌리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당 대표 입장에서 대규모 물갈이를 통한 세대교체 바람이 절실하다. 그런데 검찰발 물갈이로 희석될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선진화사범들로 인해 공천개혁까지 빛바랠 위기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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