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정당과 정치에 대한 혐오가 과잉인 나라이다. 정치인은 세상 욕을 다 먹고 정당은 사기꾼 집단 정도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매년 여론조사에서 국회는 가장 신뢰도가 낮은 집단으로 꼴찌를 놓치지 않는다. 새로운 정치는 매번 기존 정치에 대한 반작용, 혐오를 자양분으로 자라나고, 유권자는 최선이 아닌 차선, 차악을 선택하는 심정으로 투표소에 들어간다. 

이런 정치와 정당에 대한 혐오는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정치적 중립이란 명목으로 사회 곳곳에서 정당에 가입한 사람을 배제한다. 대한민국에서 정당에 가입해서 당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불이익까지 감내해야 할 일이다. 교사나 공무원은 정당에 가입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고, 정치 후원금조차 낼 수 없다. 심지어는 정당의 당원은 학교운영위원을 맡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는 곳도 있다.

심지어 정당법에 따르면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은 당원으로 가입할 수 없다.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정당에 가입하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은 당연한 권리에서 배제당하고 있다. 온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가볍게 여기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20대에 국회의원이 되고, 30대에 장관이나 총리, 대통령이 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은 권력을 쥐고 당원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대부분의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들도 정당이 추천한 사람을 놓고 뽑는다. 국민은 정당 가까이 가는 것을 금기로 여기는데, 정당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쥐는 이율배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정당도 주기적으로 당원을 끌어 모을 일이 생길 때가 있다. 각 당마다 당내 경선이 일반화되면서 당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 졌기 때문이다.

총선을 1년 앞둔 지금도 각 당마다 당원 확보 열풍이 불고 있다. 오랜만에 문을 열고 추경예산 심사에 열을 올리는 국회의 안을 들여다보면 당원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의원실은 경선에서 투표권이 있는 당원확보 시한인 7월 한 달은 아예 거의 모든 직원들을 당원모집에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여의도 국회사무실에는 행정직원 하나만 남겨두고 모든 직원들이 지역사무실로 출근한다.

각 당마다 ‘권리당원’이나 ‘책임당원’ 또는 ‘진성당원’으로 불리는 당비를 납부하고 투표권을 가진 이런 당원들은 사실 ‘페이퍼 당원’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정치혐오 정서가 만연한 속에서 내가 어느 당 당원이라고 밝히는 것에는 남들의 시선을 견딜 용기가 필요하고, 당원가입을 독촉하는 일은 용기 이상의 절실함이 필요하다. 당원 한 명을 가입시키는 일은 보험모집인이 보험에 가입시키는 일과 비유된다.

실제로, 지금의 당원가입을 들여다보면 자발적 정치참여보다는 보험모집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초보 보험모집인들이 가족, 친인척들을 우선 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처럼 당원 모집에 나선 국회의원과 보좌진, 운동원들도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우선 가입시킨다. 이건 경선에서 확실한 우리 표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보험모집인이 해독도 어려운 약관에 대리서명까지 불사하는 것처럼 당원가입도 대리와 주소 이전을 서슴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2천~3천 개(‘명’이 아니다) 이상을 확보해야 경선에서 승리할 토대를 쌓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국회의원들은 ‘페이퍼 당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페이퍼 당원’은 ‘껍데기 정당’을 만들고 정치혐오가 조장되는 악순환은 그칠 날이 없다. <이무진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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