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A씨 "폐기 비용 더 드니 그냥 팔아라" 지시 받아

 

전직원 A씨는 “지류증으로 의심되는 닭발 단가를 책정해 유통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도계 및 가공업체 (주)해나루싱싱닭(이하 해나루)이 폐기직전에 놓인 닭발을 유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3월부터 해당 회사에서 근무했다는 전 직원 A씨는 해나루가 피부염 증상을 보이는 닭발을 부산물판매업소에 유통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해나루는 충남 당진시에 위치한 업체로, 처갓집치킨을 운영하는 한국일오삼과 닭고기 업체 체리부로가 최대 주주인 ‘계열사’다.

충남도청 동물방역위생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4만 5000수의 닭이 해나루에서 도계됐다. 체리부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해나루의 지난해 매출액은 총 194억 8203만 원이다. 실제로 해나루의 자회사 격인 체리부로는 하림과 마니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닭고기 전문 상위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해나루의 닭발 유통을 두고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측된다.

해나루가 부산물판매업소에 유통한 닭발이 폐기직전에 놓인 까닭은 무엇일까. A씨는 해당 닭발을 두고 ‘똥 발’이라고 칭했다. A씨가 지칭한 ‘똥 발’은 피부염 증상을 보이는 닭발을 일컫는 업계 용어다. A씨가 건넨 사진을 받아든 한 수의사는 “지류증 또는 궤양성 족 피부염 등으로 추측할 수 있다”며 “발바닥 염증(Dermatitis) 반응으로 피부가 괴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닭장 안의 깔 짚이 젖어 있거나, 비위생적인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는 것이다.

자체 등급 따라 가격 책정

A씨에 따르면 재직 당시 해나루는 양계장에서 공급받은 생계를 도계한다. 그 후 근위는 법적 근거에 따라 해나루 내 부산물업체가 작업해 유통업체로 판매된다. 반면, 닭발은 동일한 과정을 거치기도 하지만, 관련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아 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유통될 수 있다. A씨는 해나루 측이 염증 증상이 의심되는 닭발 상태에 따라 자체적으로 등급을 책정하고, 그에 따라 단가를 달리해 업체에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르면 닭의 닭발이나 근위를 판매하려면 식육 중 부산물로 분류되는 내장과 머리·다리·꼬리·뼈·혈액 등 식용 가능한 부분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인 ‘식육부산물전문판매업’에 등록하거나, 닭의 근위·닭발을 이용해 포장육을 생산·판매하려면 포장육을 만드는 ‘식육포장처리업’에 한해 시장·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실제로 일요서울이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해나루는 염증 증상이 의심되는 닭발을 상태에 따라 A~D등급으로 분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D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의 닭발에 대한 가격을 책정해 수 차례 거래했다. A씨는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할 만큼, 회사 자체적으로 닭발 등급을 책정했다”며 “재직 당시 위험성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수 차례 건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로부터 폐기 비용이 더 드니 업체에 판매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체들은 해당 사실을 알면서도 헐값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거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 상황 반영 안 된 법규 ‘황당’

농림축산검역본부 고시(도축하는 가축 및 그 식육의 세부검사기준)의 해체검사 세부기준에 따르면 국소성 피부염에 걸린 닭은 감염부위(닭발)를 폐기하고, 전신성인 경우 닭 전체를 폐기해야 한다. 법령에 따르면 도축작업은 도축검사관 또는 도축검사관의 감독·지시를 받는 도축검사원의 입회하에 이뤄져야 한다. 이때 도축검사관 또는 도축검사원은 ‘해체검사’를 통해 도축된 가축의 기육, 머리, 내장 및 그 밖의 부분에 대한 식용 여부를 판단하는데, 식용으로 공급하기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폐기토록 하고 있다.

A씨는 이를 두고 “현장 상황이 잘 반영되지 않은 ‘황당한 규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검사 과정은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각 소관 부처에 민원을 제기하니 “떠넘기기식의 대응만 할 뿐 제대로 된 위생점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안에 대해 충담 당진시 농림축산검역을 담당하는 중부지역본부 평택사무소 관계자에 문의하자 “해당 업체는 지난 9일, 충남도청 위생과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합동 점검했다”고 안내했다. 이에 충남 동물위생시험소 축산물위생과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 대한 현장 위생점검에 나섰지만 위생 또는 유통 과정에 있어 문제가 발견된 사항은 없어 별도의 제제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축검사관 또는 도축검사원의 검사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매일 도계하는 5만 수~15만 수의 닭발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생체검사 과정에서 닭의 발까지 확인하기는 어렵고, 도축되고 난 후 절단된 닭발을 별도로 해체검사 과정에서 확인하고 선별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작업장 측에서 문제가 있는 식육을 유통 시킨 책임이 있다면 행정처분이 이뤄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통 책임에 대한 고의성, 위법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행정처분의 책임 대상을 고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법적 처분은

A씨의 주장대로 해나루가 해당 닭발을 유통한 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처벌이 이뤄질까. 이럴 경우 축산물위생관리법 제15조, 제31조-6, 제33조, 식품위생법 제4조에 따른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등이 적용될 수도 있다. 또한, 도축검사관 또는 도축검사원의 묵인 또는 미필적 고의 등이 있다고 인정될 때는 해당 검사관 또는 검사원은 형법상 적용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5년 전에 비해 닭발이나 근위 등에 대한 단가가 5배 이상 상승했고, 시장 수요는 10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만약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런 사례가 비단 체리부로 뿐만 아니라 하림, 마니커 등 대형 기업들도 공히 그러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해야 하는 닭발을 유통업체 측에 판매해 왔다면 이것은 강매를 통한 기업 ‘갑질’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해나루 측은 현재까지 검사관이 부적합 판정을 내린 닭 또는 부산물을 출하한 적이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이수범 대표가 지난 1월 신임 부임해 철저한 관리감독을 진행해 오는 만큼 이런 상황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 대표는 “통상 도계장에 입하되는 닭발 10만 개 중 1개~2개 정도 지류증 증상을 보이는데, 만약 이 증상을 발견했다면 해당 닭발을 폐기하는 게 당연하다”며 “그러나 해나루는 지난해 10월부터 임도계 시스템으로 전환한만큼 현재 닭발과 근위를 판매하는 등 취급하지 않는데, 이 시점에서 누군가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주장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위해 위생상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검사관 1인, 검사관 2~3인과 함께 전직원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섭취 시 위험성 있나

만약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부염으로 오염된 닭발을 섭취할 때 건강상 위험은 없는걸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대변인실은 “현재까지 피부염에 걸린 닭발 섭취에 따른 주의사항이 담긴 가이드라인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다만 이상부위가 발견될 시 가급적 해당 오염부분을 제거하고 먹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부염도 단백질의 변성으로 이뤄지는 만큼 사실상 열에 가해지고, 양념을 하는 등 조리하는 과정에서 곰팡이균 등이 사라져 인체를 유해를 주는 등의 위해를 가하는 경우는 없어 보인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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