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전처 등장’, “영상 속 피해자는 내연녀”

SNS에 퍼진 폭행 영상 화면 캡처
SNS에 퍼진 폭행 영상 화면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베트남 출신 부인이 남편에게 수차례 폭언과 폭행을 당한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건 초기만 해도 남편에 대한 공분과 함께 이주 여성들의 실태가 주된 문제로 환기됐지만 새로운 주장이 나오면서 여론의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남편 공분’, ‘이주 여성 실태피해자 비난여론 형성

이주여성인 A씨가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남편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영상은 지난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공개됐다.

지난 4일 오후 9시경 촬영된 230여 초 분량의 영상은 A씨가 지인에게 보여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또 경찰에 신고돼 A씨와 남편은 분리조치됐고, A씨는 폭행 이후 수시간이 지난 뒤에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영상 속에서 A씨는 남편으로부터 일방적인 구타를 당했다. 주저앉아 있는 A씨를 남편이 때리는 모습이 노출됐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았다.

B씨의 폭행이 지속되자 아이는 두려움을 느낀 듯 구석으로 피했지만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베트남 따라가 폭력

폭행이 멈춘 뒤 B씨가 방 안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부인 A씨는 앉은 상태에서 자신의 몸을 살피지도 않고 울고 있는 아이에게 먼저 팔을 뻗었다.

아이가 품에 안기자 A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독였으며 그제야 아이는 A씨의 어깨에 고개를 떨구고 울음을 멈췄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갈비뼈 골절 등으로 4주 이상의 치료를 요한다는 병원 진단소견서를 받았음에도 아동보호기관으로 이동한 아이에 대한 걱정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와 함께 있고 싶다고 요청해 경찰은 A씨와 아이가 함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베트남에서 출산했지만 아이를 한국에서 가르치고 싶어했다면서 남편 B씨의 폭력성을 알고 있었으나 아이에 대한 교육만 생각해 참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전남경찰청은 지난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던 B씨가 부인이 있는 베트남까지 찾아가 폭력을 휘둘렀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3년 전 처음 만났으며 이후 A씨는 베트남으로 돌아가 아이를 출산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B씨는 지난 3월 자신의 자녀인 것을 확인하기 위해 베트남을 찾아가 유전자 검사(DNA)까지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결과 B씨의 아들로 나오자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가 자신과 이야기하는 중에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한다는 이유로 폭력을 휘둘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영암의 한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던 B씨는 부인, 아들과 살기 위해 집을 따로 마련했으며 지난 517일부터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B씨는 술을 마신 뒤 부인과 아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짜증을 자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초에도 시댁에 가는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B씨가 폭력을 휘둘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려움을 느낀 부인 A씨는 B씨가 술을 마시는 날에는 휴대전화로 촬영했고, 지난 4일 오후 9시경 아이가 보는 앞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 담긴 것이다.

A씨는 남편 B씨가 주먹을 휘두르면 잘못했습니다. 때리지 마세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용서를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아이에 대해서도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영상이 촬영된 날에도 낚시도구로 발바닥을 때린 것에 대해 시인을 했다고 밝혔다.

남편 B씨가 지난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남편 B씨가 지난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외교 문제로 번지기도

이번 사건은 외교 문제로까지 번졌다. 베트남 외교부가 최근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 베트남 정부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했고, 한국대사관 측은 유감을 표명한 뒤 각별한 관심을 갖고 사건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단체, 인권단체 등 사회각계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정부 등에서는 한목소리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처럼 국민적인 공분이 일어나고, 국회 차원의 관련법 개정 방안도 제시되는 가운데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남편 B씨가 A씨와 내연 관계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B씨 전처의 주장이 나온 것이다.

자신을 B씨의 전 부인이라고 소개한 C씨는 지난 9일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베트남 폭행 영상 속 여자는 내연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동영상 속 베트남 여성 또한 다를 게 없는 똑같은 짐승이고, 진실로 피해자가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어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C씨는 피해자 A씨가 자신이 B씨와 이혼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연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C씨는 제 개인 가정사인 거 너무나 잘 알지만 저 베트남 여성 또한 이혼하지 않은 유부남을 만났다고 썼다.

이어 “‘이 남자는 유부남이고 아이도 있다. 만나지 말아라라는 말을 여러차례 직접적으로 했음에도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하고, 베트남에 가서 그 아이를 낳고, 베트남에서 결혼식 및 돌잔치하는 걸 알았다면서 아이를 한국에 데려와 버젓이 키우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소름 끼치고 속상해 글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C씨는 B씨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엄중히 처벌해 달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글이 화제가 되면서 불과 며칠만에 여론의 초점이 옮겨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폭행폭언 등 사건의 본질이 바뀌지 않았음에도 A씨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A씨가 한국 국적을 얻기 위해 계획적으로 폭력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근거 없는 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B씨는 특수상해아동보호법 위반 등으로 지난 8일 구속됐다. A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아이의 양육권을 갖고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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