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보복 실행한 일본, 한국 정부 대응책 마련 고심
경제보복 실행한 일본, 한국 정부 대응책 마련 고심
  • 신유진 기자
  • 입력 2019-07-12 21:12
  • 승인 2019.07.12 21:38
  • 호수 1315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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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 자국민 트라우마 이용… 한국 수출 규제 합리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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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하면서 한·일 관계가 수렁에 빠졌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한 이유는 한국 대법원이 2018년 일제의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신일본제철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 때문이다. 이 판결이 내려진 이후 한일관계는 오히려 악화일로다. 관계자들은 자국민 트라우마까지 이용한 아베 정권에 혀를 내두른다. 

일본 수출 규제 문제로 악화된 한·일 관계…급해진 정부와 기업
"북한이 반도체 소재로 사린가스 만들 수도" 아베 정권의 억지 주장 언제까지? 

지난 1일 일본 정부는 반도체 제조에 중요한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로 3가지를 수출 규제한다고 밝혔다. 이 3가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이며 일본이 세계 생산량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이런 규제 조치는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경제 보복이라는데 반론적이다.

이에 정부는 현재까지 강경하게 대응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그룹 기업 총수·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해 경제인들의 의견을 듣고 민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같은 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미 간 논의할 수 있는 사안과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포함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안들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일본 수출 규제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文정부, 간담회보다 일본 부품 조달이 더 시급한 상황

그러나 청와대에서 지난 10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소재를 조달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고 신 회장도 일본 금융권 관계자들과 업무 협의차 일본을 방문 중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일본 대형은행 관계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가 더 악화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의 경제 인사들과 직접적인 대화를 하며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에, 일본산 소재 및 부품조달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 기업과 대화를 하지 않던 정부가 다급해지자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모으지만 정작 대기업 총수들은 대화 할 시간이 없어 보인다. 기업과의 간담회보다 정부가 앞장서서 실질적인 해결 대책을 강구,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1일 "국내 정치용 이벤트에 들러리 세울 때가 아니다”며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대통령·여야 5당 대표 회당'을 거부했다. 황 대표는 이날 "대통령이 기업인 만나고 5당 대표들을 모아 만나봐야 무슨 뾰족한 수가 나오겠나"라며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먼저 실효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서 시급히 추친해주시길 바란다"면서 정부를 꼬집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본이 자유무역원칙에 위배되고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이 문제는 분명히 예견돼 있던 것으로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강제징용 판결) 이후 8개월이 지났다"며 "정부가 8개월을 방관했다. 무능하고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원재료 사린가스로 전용될 우려…" 아베의 노림수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이유에 대해 "반도체 원재료가 독가스인 사린가스로 사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사린가스’를 특정한 것은 일본 내에서도 한국을 상대로 수출 규제의 명분이 약하다는 여론의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자국민들에게 공포와 끔찍한 악몽으로 기억되는 대상인 ‘사린가스’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베 정부가 자국민의 트라우마를 이용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합리화한 것이다.

사린가스는 맹독성 신경가스로, 1995년 일본 내 유사 종교단체인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가스를 살포해 13명이 죽고 600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테러는 출근길에 일어난 무차별 테러여서 일본 열도는 더 큰 충격에 빠졌었다.
 
불화수소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한 3가지 중 하나로 반도체 제조 등에 쓰인다. 아베 총리가 주장한 사린가스는 불화수소가 합성 원료로 쓰일 수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타당성이 떨어지는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다. 불화수소인 에칭가스를 저순도 불화수소나 다른 물질로 대체 할 수 있는데 굳이 비싼 돈 주고 에칭가스를 수입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일본 NHK 방송은 지난 9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의 원재료 등 수출규제를 엄격화한 배경은 한국 측의 무역관리 체제가 불충분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군사 전용 간의 물자가 한국에서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는 다른 나라에 넘어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염려가 있다 보고 이번 조처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한국 기업이 발주처인 일본 기업에 서둘러 납품하도록 재촉하는 것이 상시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에는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 방송 토론에서 "한국은 (대북) 제재를 지키고 (북한에 대한) 무역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무역 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하다"고 합리화했다. 이는 한국 수출 규제 문제가 강제징용 때문에 일어난 정치적 목적을 띤 경제 보복이라고 인정하는 꼴이다. 

한편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이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가 허술하다는 취지의 기사를 1면에 실어 논란을 일으켰다.

산케이는 지난 11일 "생화학 무기를 포함해 대량파괴무기 제조로 전용 가능한 물자를 시리아, 이란 등 북한의 우호국에 부정 수출한 것이 일본 정부 관계자에 대한 취재에서 드러났다"며 "한국에서 전략물자의 부정한 국제유통에 대한 안일한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케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이라며 2016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처분 대상이 142건이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빛 조치 현황은 매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국정감사등을 통해 상세 내역을 수시로 국회에 제출한다"며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관리제도가 효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일본은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총 적발 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일부 적발 사례만을 공개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 수출 규제를 선포한 지 열흘이 지난 가운데 아베 총리는 한국 수출 규제를 더 압박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대응책을 마련하는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유진 기자 yjsh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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