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파공작원’ 출신으로 한인 최초 ‘美공화당 상원의원 후원조직 최고 실세’ 등극도

임청근 박사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조선일보]
임청근 박사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조선일보]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만남의 ‘산증인’을 자처한 임청근 박사는 현재 ‘한미동맹협의회 총재’, ‘한미자유민주총동맹 총재’, ‘주한미국재향군인 명예회장’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역대 한국 대통령 중 나의 도움을 안 받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문득 임 박사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과거 그를 밀착 취재했던 조선일보,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 기사에 임 박사의 자세한 인생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지난 2008년 1‧4‧6‧7월에 조선일보, 중앙일보에 실린 워싱턴 특파원들의 기사를 종합하면 임 박사는 지난 2008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후원조직의 최고 실세로 등극했다.

북파공작원 출신이었던 임 박사(미국명 척 림‧Chuck Rheem)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이래 제럴드 포드‧로널드 레이건‧조지 부시‧조지 W. 부시 등 공화당 출신 대통령 5명과 두터운 친분을 맺어온 한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지난 2008년 7월 1일 기사에서 “임 박사는 35년 이상 공화당의 ‘킹메이커’이자 ‘터줏대감’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7년 10월 26일 한국일보는 “김무성 의원(당시 한나라당)은 ‘임 씨가 서울에서(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를 지칭) 부시 대통령 자문위원 명함을 갖고 다니며 부시 대통령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면서 “그는 또 ‘임 씨는 김정일 주위에 젊은 장군들을 많이 심어놓아 자기가 움직이면 김정일은 끝장난다는 발언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 발언의 요지는 임 씨가 황당무계한 언행을 일삼는 형편없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하지만 이태식 주미대사(2005년 7월~9월)의 답변은 이와 엇갈린다. 이 대사에 따르면 그(임 박사)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자문위원’에 공화당의 거물들과도 잘 통하는 무시 못 할 인물이다. 이 대사는 실제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라이스 국무장관 면담을 비롯한 여러 도움을 받았다’고 토로할 정도였다”고 보도해 임 박사가 당시 ‘숨겨진 실세’였음은 분명해 보이는 대목이다.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지난 2008년 1월 24일 기사에서 “임 박사는 최근 전국 공화당 상원위원회(National Republican Senatorial Committee)로부터 공화당의 다수당 탈환을 위한 ‘다수당 만들기(Majority Maker)’의 핵심 위원 중 한 사람으로 위촉돼 공화당 선거 지원에 나서고 있다”면서 “임 박사는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매년 25만 달러 이상 기부자만 들어갈 수 있는 ‘공화당 고액기부자(major donor)’에 포함돼 있는 유일한 한인”이라고 보도했다.

임 박사는 인천 출신으로 17세 때인 1950년, 6‧25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6‧25가 끝난 뒤에도 임 박사는 서해 지역에 거점을 두고 북파공작원으로 북한을 드나든 것으로 전해졌다. 임 박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중앙정보부에 들어갔다가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70년대 중반 농산물 수출업 등으로 자수성가한 인물로 알려졌다.

임 박사는 미국으로 건너간 직후 공화당에 입당해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공화당의 각종 선거 자금 모금‧선거 유세 지원 등 정치 활동을 펼치면서 공화당 최고위층과 두터운 인연을 맺었다.

임 박사가 공화당의 고액기부자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1970년 중반 당시 ‘박동선 게이트’가 터졌기 때문이다. 한국에 쌀을 독점 판매하던 박동선 씨가 미 의원들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벌인 혐의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임 박사에게는 박동선 게이트가 성공의 도화선이 됐다. 박 씨가 갖고 있던 한국에 대한 쌀 독점 판매권을 임 박사가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임 박사는 이때 ‘떼돈’을 벌었다고 한다.

임 박사는 지난 2007년 4월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린 공화당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조선일보]
임 박사가 지난 2007년 4월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린 공화당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조선일보]

이후 임 박사는 때론 100만 달러가 넘는 선거 자금을 공화당에 기부할 정도의 인물이 됐다. 공화당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그는 각종 선거 자금 모금‧선거 유세 지원 등 공화당 활동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임 박사는 닉슨 대통령 이후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화당 대통령들과 친분을 맺었다고 전해진다.

임 박사는 일요서울에 “역대 대통령 중 내가 안도와 준 사람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만 도와줬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초청해주고 다 해줬다. 노태우‧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먼젓번에는 2017년인가? 홍준표 전 대표도 국회의원 몇 명을 데리고 와서 존 매케인(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전 상원 군사위원장‧2018년 8월 25일 별세)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나는 홍 전 대표에게) ‘그러지 말고 기왕에 왔으면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을 만나라’고 말했다. 그러고 (내가) 대통령한테 얘기해서 오후 6시에 저녁을 먹기로 했다”면서 “홍 전 대표에게 ‘두 사람만 같이 와라 한 사람 더 데리고 와도 내가 함께 들어가겠다’했더니 뭐라는 줄 아느냐. (홍 전 대표가) ‘대통령은 나중에 만나고 존 매케인만 우선 만나게 해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존 매케인에게 리젝트(reject‧거부) 시켜버리라고 했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에 우리 한국 국회의원들이 미국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난 거는 송영길(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구을)이 뿐이지. (송영길) 처랑 형인 송하성(경기대 교수)이랑. 내가 미국 대통령을 만나게 해줬다. 그것도 응접실에서”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지난 2008년 7월 1일 기사에서 “2006년 여름에는 송영길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임 총재(박사)의 주선으로 부시 대통령의 파티에 부부 동반으로 참석하기도 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당시 노무현 정권 치하 한국에 품고 있던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놔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임 박사는 기자에게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다. 내가 미국 상원에다 얘기를 해서 한국 국회의원들을 초청하자고 했다. 일주일 코스로 교육을 하자 이거야. 컨퍼런스(conference)식으로 해가지고. 풀뿌리 민주주의에서부터 우리(미국)가 다시 가르쳐주잔 말이야. 미국의 풍습이 어떻다는 것도 (자세히) 모르니까 그것도 알려주고”라며 “우리(미국)도 한국에 가서 배우자 이런 식으로. 이런 게 한미동맹 아니냐. 근데 왜 (한국) 국회의원이 4년 있으면서 (미국) 상원의원을 안 만나냐 이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여간 사진 찍고 이런 게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도 좀 확실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한테 오면 좋겠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난 누구든 다 도와주려고 한다. 대한민국이 잘 돼야지”라고 했다.

한편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는 도널드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 사실이라며 최근 ‘허경영-트럼프 인증샷’ 사진이 ‘조작됐다’고 보도한 SBS를 상대로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임 박사는 자비를 들여 “허경영 전 총재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핵심 상원의원들을 만난 것은 사실”라는 격문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에 전면광고로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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