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상황 안타까워 하며 힘 보태주고 감싸안아 주겠다더니”
“국정농단 세력들과 같은 범주에 머물고 있다면 백전백패”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자유한국당의 집안싸움이 심상치 않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와 함께 여의도연구원장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그야말로 뺏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 간의 목숨을 건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자리싸움에서 ‘신뢰’ ‘합의’ ‘원칙’ 등의 말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지금 여의도 국회 현실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7월 의원총회에서 자당 몫 7개 상임위원장 자리 중 법제사법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를 제외한 5개 상임위원장직의 임기 2년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맡기로 하는 원 구성안을 통과시켰다.

이중 예결위원장은 지난해 20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당시 안상수·황영철 의원이 교대로 맡기로 정리한 바 있다. 황 의원은 지난 3월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예결위원장에 당선됐지만, 이번에 김재원 의원이 경선을 요구하면서 둘 사이 갈등이 불거졌다.

황 의원은 이미 결정된 사안을 뒤집는 것에 분노했고, 김 의원은 전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것과 자신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황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경선 거부 입장을 표명하고 중도 퇴장했다. 결국 예결위원장은 김재원 의원이 가져갔다.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은 지난 11일 황영철 의원을 의원회관에서 단독으로 인터뷰 했다.

 

경선 거부 이유?

“민주적 가치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

 

앞서 밝혔듯이 황영철 의원의 하반기 예결위원장직 수행은 이미 당내에서 추인된 상황이었다. 비록 전임이었던 김성태 원내대표 시절에 결정된 일이었지만 당내 의원총회까지 거친 사안이니 만큼 문제가 없었다.

황 의원은 지난해 예결위원장직 조율과정에 대해 “당시에 예결위원장 직을 저와 안상수 의원이 경선 신청을 했다”며 “(하지만)경선을 하는 것보다는 예결위원장은 임기가 1년씩이니까 안상수 의원이 먼저 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해 왔다. 선배 의원께서 간곡하게 말씀하셔서 그걸 받아 들여서 내가 나중에 하는 걸로 했다. 의총에서 다 추인되고 다음 날 언론보도까지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같은 당 김재원 의원이 경선 참여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황 의원에 따르면 어느날 갑자기 김 의원이 지난해 예결위원장 합의 당시에 당원권 정지 상태여서 경선 신청을 안 했으니 당시 위원장 합의는 무효다라고 주장하며 경선을 하게 해 달라고 원내 지도부에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황 의원은 “원내 지도부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고민을 했을 거다. 김성태 원내대표 (당시)가 합의의 원칙을 지켜주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을 했을 거다. 경선을 하는 걸로 결정이 됐고 나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의원은 경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 의원은 경선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내가 만약 경선에 참여하게 되면 앞으로 당내 상임위원장 결정 과정에서 합의 정신이 이제는 없어질 거다. 또 다른 사람들이 나와서 원칙을 깨고 하면 질서가 무너지는 것이고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당내 경선에 임하지 않고 거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주류(친박)가 공감대 만들어서 기획한 작품”

 

황영철 의원은 이번 과정을 겪으며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가장 큰 서운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이번 이 결정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나경원 원내대표가 했다고 생각한다”며 “나 원내대표가 김재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박 세력 그리고 지금 당내 신주류를 구성하는 그분들이 과거 친박 성향 의원들이다. 여러 가지 공감대를 만들어 거기서 기획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서 이번에 이 일을 겪고서 굉장히 인간적인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다. 내가 국회의원을 하면서 동료 의원들에 대해서 이렇게 센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경선을 거부하고 나오면서 ‘저주스럽고 추악한 행위들이다’라고 까지 강하게 말했다”며 심정을 전했다.

황 의원이 나 원내대표에 대해 실망하고 배신감마저 든 이유는 원내대표 경선 시절 나 원내대표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를 믿고 지지했기 때문이다.

황 의원에 따르면 나경원 원내대표가 경선 당시에 자신을 지지해 달라며 의원실을 찾아온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황 의원은 “내가 재판과정에 있는 상황을 대단히 안타까워 하면서 ‘당에서 황 의원님이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고 감싸안아 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예결위원장도 앞으로 충실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자기가 최선을 다하겠다’ 이런 얘기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에 대해 황 의원은 “이번에 경선 요구를 받고 나서 마치 일 년 전에 그 의총에서의 예결위원장과 관련된 합의가 없었던 것인 양 해석을 내리고 김재원 의원 손을 들어주는 걸 보면서 무엇 때문에 저렇게 원칙을 무너뜨리려고 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 속내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 속내는 다 이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당내 입지와 향후 정치 과정에서 어떤 세력과 함께해야 할까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이번에 표출된 것이라는 게 황 의원 생각이다.

황 의원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나경원 원내대표가) 어쨌든 가장 많이 이해주고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가장 어려울 때 칼을 꽂은 것과 마찬가지다. 많은 회한도 든다”며 “올바른 리더라면 당을 운영하고 동료 의원들의 어려움들을 잘 보살펴 주고 거기서 올바른 관계들이 형성될 수 있도록 도모하면서 그것이 결국 힘으로 뭉쳐서 대여 투쟁의 동력이 되고 하는데, 이번에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것을 보고 상당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지금 시점에는 부정적”

 

황영철 의원이 예결위원장 직을 맡지 못하게 되자 일각에서는 탈당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황 의원은 당의 미래를 위해 당을 지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진보·수라는 두 큰 이념적 지형의 보수를 대표한다. 국민들 마음속에는 대한민국에서 강한 보수 정당이 내년 총선을 통해 다시 발돋움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 보수가 국민들 생각하기에 조금은 웬지 밀어주기도 싫고 뭔가 미흡한 것도 같고 이런 마음들이 없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런 것들에 때문에 보수를 사랑하는 국민들에게 안타까움을 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황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보수진영의 강한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좀 따뜻한 보수, 개혁적인 보수의 색채를 분명히 보여야 하고 그런 보수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당에 들어와서 그런 것들을 잘 추동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총선을 통해 나타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봤을 때 내년에 잘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는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고 냉철하게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황 의원은 “국정농단 세력들과 같은 범주에서 머물고 있다고 한다면 기대하기 힘들다”며 “문재인 정권이 대단히 잘못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뭔가 새로운 비전을 대한민국에 만들어 주고, 보수가 가지고 있는 가치들을 회복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은 문재인 정권 심판이 아니라 또다시 과거 국정농단 세력 심판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백전백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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