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기간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와 고향을 찾은 추석 민심은 사상 최악 상태로 나타났을 것이다. 타오르는 물가고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염증이 민심 악화를 부추겼다. 먹고사는 문제와 이전투구에 골몰하는 정치권에 한숨과 한탄이 절로 나왔다. 여야 정치권이 스스로 초래한 자업자득의 원성이다.

이번 연휴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산지역 현역의원 교체 여론은 70% 가까이나 됐다. 한나라당이 탄핵 역풍 때보다 더 큰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보다 높게 나온 결과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보다 부산이 ‘바꿔 열풍’의 진원지가 될 공산이 짙다. 여야가 아무리 친서민 정책을 내놓고 복지 경쟁을 해도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천정부지로 치닫는 물가고가 서민 가계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빨간불 투성이의 경제지표에다 글로벌 재정위기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민주당은 후보감으로 거명되던 한명숙 전 총리가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해 ‘단일후보’ 혹은 ‘연대’에 희망을 걸게 됐다. 한나라당은 그마저 없는 형편이다. 와중에 홍준표 대표와 일부 최고의원 간에 당 쇄신 방향을 놓고 감정싸움까지 빚는다.

국민에게 염증만 일으키는 정치권 행태를 쇄신하지 못하면 ‘안(安)풍’에 이어 또 어떤 제2, 제3의 바람이 초특급 태풍의 위력으로 불어 닥칠지 모를 일이다. 서울시장 보선뿐이 아니다. 정치지형이 언덕과 골짜기가 뒤바뀌는 능곡지변(陵谷之變)을 일으킬 수 있다. 18대 국회가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 제명징계 안을 부결시키는 등 제식구 감싸기에는 여야가 의기투합 하면서 민생문제에는 나 몰라다.

국민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실업난에 경기 부진과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고로 기진맥진 해있다. 정치권이 정신 못 차리면 좌절한 민심이 향할 곳은 무서운 저항뿐이다. 저항은 준엄한 선거 심판으로 나타날 것이다.

얼마 전 KBS 좌담방송에 나온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안철수 서울대 교수 모습을 보면서 ‘아!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치의 최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이 정치판의 구경꾼처럼 남의 얘기 하듯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이 방관자가 아닌 ‘안풍’을 초래한 당사자로서의 무거운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질서와 변혁을 바라는 세찬 국민 욕구는 과거 자유당 때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민의로 빠르게 전파 되고 있다. 권력 투쟁과 이기심에 곪아 있는 정치권을 국민이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결기가 만만찮다. 국민은 안철수 교수를 통해 정치권에 준엄한 경고를 했다.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이 핵심의 과제다. 말로만 하는 소통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민심의 소리를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야 한다. 변혁을 갈망하는 민심 욕구를 ‘거품론’으로 폄하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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