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일본의 과거사 비판을 할 때면 단골로 인용되는 나라가 있다.
독일이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600만 명의 유대인을 살해한 죄를 뉘우치기 위해 유대인에게 끊임없이 사죄하고 배상하고 있는 데 반해, 같은 패전국가인 일본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본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정말로 독일은 ‘착한 나라’일까. 그들은 정말 히틀러라는 한 미치광이에게 속아서 그런 악행을 저질렀을까.
그렇지 않다.
독일에는 숨기고 싶은 추악한 역사가 히틀러 이전에도 있었다. UN은 이를 20세기 최초의 집단학살로 규정했다.
독일은 1904년 남서아프리카의 헤레로인과 나마인이 식민지배에 저항하는 반란을 일으키자 헤레로인 24,000 ~ 100,000 명과 나마인 10,000 명을 기아와 탈수 등으로 죽였다. 조직적으로 사막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생존자 2000여 명을 강제수용소에 처넣고 생체실험을 한 뒤 시체를 본국으로 가져가 연구용으로 쓰기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르자 독일은 100년이 지난 2004년에야 마지못해 사건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2018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우리는 식민지 시절 (아프리카에) 많은 빚을 졌다”고 사과하면서도 배상 문제와 관련해선 여전히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일본이 지금까지 한국을 상대로 하는 행동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독일은 왜 유대인에게는 비굴할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나미비아에게는 여전히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는 것일까.
간단하다.
유대인은 강하고 나미비아인은 약하기 때문이다. 본국 이스라엘 인구는 850만 명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  디아스포라의 힘은 막강하다. 특히 미국 내 유대인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선거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다. 반면, 나미비아는 인구 265만 명에 GDP는 고작 세계 142위의 약소국가다.
그러니까, 독일 역시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과 같은 치사한 나라인 셈이다.
그러나 그게 국제사회의 엄혹한 현실인 걸 어쩌겠는가. 일본도 강자에게만 사과하는 나라임을 알아야 한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우리가 국제기구에 제소한다고, 막다른 길로 가지 말라고 경고한들 일본이 눈 하나 깜빡거릴 것 같은가. 말 잘 듣는 일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미국에게 중재를 요청한다고 미국이 우리 편이 되어 주겠는가. 
그러니 우리 스스로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경제력으로든 군사적으로든 일본을 능가할 만한 힘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일본이 사과한다.
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이인임은 미관말직 정도전이 올린 상소문을 돌려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힘없는 자의 용기만큼 공허한 것도 없지요. 세상을 바꾸려거든 힘부터 기르세요. 고작 당신정도가 떼쓴다고 바뀔 세상이었다면 난세라 부르지도 않았습니다.”
이인임의 말대로 정도전은 후에 이성계를 만나 힘을 기른 뒤 이인임을 축출하는 데 성공한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책은 감정적 대응밖에 없어 보인다. 우리 편이 되어줄 나라도 별로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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