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도 소중하지만 학생의 무례한 행동을 못 본체하고 넘기는 것 또한 교단의 정도(正道)라고 할 수 없지요.”, 지방의 한 전문계 고등학교 교장이 교권과 학습권 수호에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선 말이다. 이 학교 교장은 며칠 전 전교생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오늘 이후 학습 분위기를 흐리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거슬러 무례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은 퇴학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 선언은 학교장의 직을 걸고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지켜나갈 것을 다시 한 번 확실히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전원은 손을 들고 학생 본분을 다하며, 교칙을 준수할 것과, 면학 분위기 조성에 적극 노력한다는 ‘다짐문’을 낭독한 뒤 교장에게 전달했다.

교장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학생들을 교육 현장에서 내몰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왔지만 그게 꼭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또 이 일이 ‘교장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며 학부모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전교조 등 교직단체 소속 교사들의 의견도 수렴했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이 선언 이후 학생들의 태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근래 교권에 대한 논란이 확산돼왔다. 교권의 붕괴가 심각했던 때문이다. 교권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뭔가를 강제하고 요구할 수 있는 교사의 권리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그 누구도 남에게 무엇을 강제할 권리가 정당화 되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건 교사도 자연인의 한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우리 교실이 교사이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상이 교권 붕괴를 가져왔다. 학생들이 젊은 여교사에게 성적인 농담을 던지면 법적 성희롱으로 처벌대상이 될 수 있으나 교사의 성적 수치심은 온전히 교사의 몫일뿐이다. 학생의 비행으로 교실전체는 물론 학교분위기가 어수선 해져도 교사가 안고 갈 부담일 뿐이다.

교사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법적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법이 아닌 사회도덕으로 교내에서의 지배자적 권위가 교사들에게 가능했다. 이 카리스마적 교사 권위가 실종되면서 교권이 설 땅은 없어졌다. 교실 붕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교사도, 문제학생도, 교육당국도 아니다. 대다수의 평범하고 선량한 학생들이 정작 피해자다. 그들을 위해 교실이 회복 돼야 한다.

무지막지한 폭력을 행사했던 교사들, 학생을 상대로 성폭력까지 서슴지 않았던 교사들, 업자나 학부모로부터 금품수수를 했던 교사들, 이런 교사들의 교권까지 보호하라는 말이 아니라 적어도 학생에게 수업을 하는 중에는 교권이 바로 서야 한다는 점이다. 수업 중 교사를 무시하고 함부로 날뛰는 아이들을 보고 인권 타령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학생 인권은 교육현장에서 학교와 교사, 학부모와 학생의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 학생들 가운데는 말로해도 되는 학생, 체벌이 필요한 학생, 체벌이 먹히지 않는 학생 등으로 다양한 분포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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