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왜 이러나” 잇단 사건으로 구설수

김성준 전 앵커 [뉴시스]
김성준 전 앵커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SBS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정법)’과 전 메인 앵커 김성준(56)씨 때문이다. 정법 출연진은 지난달 태국 촬영 도중 거대한 조개를 사냥해 요리해 먹었다. 그러나 이 대왕조개는 태국 정부에서 지정한 멸종 위기종 생물이었다. 방송을 확인한 태국 국민들과 정부는 크게 분노해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른 사건이 터졌다. ‘8뉴스’를 진행하며 메인 앵커로 활약하던 김씨가 지하철역에서 앞서 가던 여성의 신체 부위를 촬영한 혐의로 입건됐다. 자연히 SBS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정법 제작진 촬영 협조 공문에 ‘거짓말’
메인 앵커 김성준은 지하철역서 ‘몰카’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최근 태국 남부 트랑지방 꼬묵섬을 방문, 촬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신인 배우 이열음(23)이 대왕조개 3개를 채취했다. 정글의 법칙 출연진은 별 문제의식 없이 조개를 구워 먹었다. 제작진 역시 ‘꿀맛’이라거나 ‘첫 삽에 배부른 크기의 대왕조개’라는 자막을 달며 대왕조개를 사냥의 전리품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이 방송이 송출된 뒤 태국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다. 태국에서 대왕조개가 ‘호랑이 조개’로 불리는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대왕조개는 적색목록 내 취약종(VU)으로 분류된다. 적색목록은 멸종이 우려되는 전 세계의 야생동물을 9단계로 나눈 것으로 VU는 ‘야생에서 높은 절멸 위기에 직면한 종’을 뜻한다. 태국은 1992년 제정된 야생동물보호법에 따라 대왕조개를 불법 채취 시 최대 2만 바트(약 76만 원)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 혹은 두 처벌 모두를 부과한다. 태국 정부가 멸종 위기종 채취를 정글의 법칙 제작진에게 허락해 줬을 리 만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열음을 비롯한 정글의 법칙 측은 태국에서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온 셈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태국 당국은 즉시 이열음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열음을 국립공원법과 야생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며 “최대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고발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배우(이열음)가 태국에 없더라도 경찰을 통해 그를 찾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열음은 순식간에 태국 경찰의 소환장을 두려워해야 하는 피의자가 됐다. 대왕조개가 멸종위기종인지 알리 만무했던 그로서는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범죄인 인도’ 가능성은 낮지만

태국은 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르면 외교부를 통해 들어온 범죄인 인도 청구에 대해서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인도 허가를 결정한다. 이후 법무부 장관의 최종 결정을 통해 범죄인의 신병을 외국으로 인계하게 된다. 다만 중대한 범죄자가 아닌 이상 신병을 넘겨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자국민 보호 의무’로 인해 자국민일 경우 상대국으로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한국과 태국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에는 ‘재량권으로 인도를 할 수도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열음의 신병이 태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낮은 것이다. 다만 앞으로 이열음은 태국에 방문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태국에 입국하는 순간 검거돼 기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국이 이번 사건을 ‘자존심’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아주경제 장용진 기자는 “단순히 대왕조개 3개가 문제가 아니라 (태국으로서는)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라며 “우리 국립공원에 와서 멸종 위기종을 장난스럽게 잡아먹었다는 것에 무척 불쾌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존심을 건드린 부분이어서 꼭 처벌해야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법 제작진은 “태국 대왕조개 채취와 관련 현지 규정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촬영한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향후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제작하겠다”면서 “출연자 이열음 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은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법 제작진이 촬영 전 태국 정부에게 “사냥 장면을 촬영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태국 매체 ‘타이 피비에스’에 따르면 정법 제작진은 지난 3월 17일 태국 관광스포츠부에 촬영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조용재 PD 명의로 작성된 공문에는 “태국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방송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촬영 원본에서 세부 내용을 변경해 배우들이 국립공원의 통제 속에 하룻밤을 머물게 될 것”이라며 “배우들은 스노우쿨링, 카누, 롱테일 보트 등을 탄 후 코 리봉(Koh Libong)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역에서 밤새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국 정부와 사전 협조도 없이 현지에서 임의로 내용을 변경, 촬영한 것이다.

외교부 “상황 예의 주시할 것”

외교부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이열음에 대한 태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공식 요청이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 태국 대사관이 사건을 인지한 이후 즉시 경위를 파악하고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공식 요청은 제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해외여행 관련 안전주의 공지 등 홍보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태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 않고 사과나 보상금 등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면 우리로서는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초래한 정글의 법칙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법’ 사태 가라앉기도 전에 터진 메인 앵커의 ‘몰카’

정법 사태로 SBS 예능국이 집중 포화를 맞던 지난 3일 이번에는 보도국에서 문제가 생겼다. SBS ‘8뉴스’의 진행을 담당하던 김성준 전 앵커가 ‘불법 촬영’ 혐의로 입건된 것이다. 김 전 앵커는 이날 오후 11시 55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 승강장에서 줄을 서 있던 중 앞에 있던 여성 A씨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 전 앵커는 여성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하체를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이 발각되자 도주하던 김 앵커는 역 2번 출구 쪽에서 출동한 경찰관에 체포됐다. 김 전 앵커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휴대전화에서 여러 장의 불법 촬영 사진이 확인됐다. 경찰은 현재 김 전 앵커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의뢰한 상태다. 김 전 앵커는 입건 직후 취재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먼저 저 때문에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자와 가족 분들께 엎드려 사죄드린다. 그동안 저를 믿고 응원해줬지만 이번 일로 실망에 빠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미 전 직장이 된 SBS에 누를 끼치게 된 데 대해서도 조직원 모두에게 사죄드린다”며 “가족과 주변 친지들에게 고통을 준 것은 제가 직접 감당해야 할 몫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다. 참회하면서 살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SBS도 실명 보도 만 하루 만인 지난 8일 ‘8뉴스’에서 김 전 앵커 소식을 단신으로 다뤘다. 진행을 맡은 최혜림 앵커는 “SBS는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김성준 전 SBS 논설위원의 사표를 오늘 수리했다”며 “SBS는 구성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자세한 사건 경위는 다루지 않았다.

언론·시민단체 “꼬리 자르기” 비판

언론·시민단체는 김 전 앵커의 사표를 수리한 SBS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매체비평우리스스로·문화연대·서울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인권센터·진보네트워크센터·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등 8개 언론·시민단체는 지난 9일 발표한 연대 성명에서 김 전 앵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사표를 수리한 SBS를 규탄했다. 이들은 “성폭력 사건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온 뉴스 앵커의 인식이 이 수준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문제를 일으키자 바로 선 긋기를 하고 퇴사를 공식화하는 것은 말 그대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응당한 징계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그동안 성폭력사건 해결을 고민해왔던 SBS의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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